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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Dec 14. 2020

추억을 담는 공간

고향을 내려갈 때면 느끼는 것.

 코로나 19가 재확산하면서 서울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서울에서 카페를 가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주 업무였던 저는 더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작업하거나 책을 읽고 시간을 보내는 데는 고향 집이 더 좋을 것 같아 고향으로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성인이 되고 주로 타지 생활을 했기에 고향은 늘 제게 아련합니다. 버스를 타고 내리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시외버스터미널,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집으로 걸어가기까지 등 옛날과 변함없는 익숙한 공간이 많습니다. 익숙함은 익숙함을 느꼈던 또 다른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익숙함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줍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주변 환경도 함께 변했습니다. 올해만 해도 작년에 볼 수 없었던 많은 풍경이 보입니다. 서울의 번화가는 하루가 멀다고 변합니다. 처음 보는 건물들이 올라가고 간판이 교체됩니다. 거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들이 올라갑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에는 나의 추억을 담고 있는 공간이 쉽게 사라집니다.


 하지만 고향의 거리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어릴 때 뛰어놀던 놀이터가 조금 새 단장을 하긴 했지만, 빨리 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넘던 담장도 걸터앉아 친구와 수다 떨던 바위도 그곳 그 자리에 있습니다. 나의 성장과는 다르게 그때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공간은 지나간 나의 시절을 만나게 해 줍니다. '아 그때는 그랬었지, 아 그때는 이곳이 참 높았었는데...'. 홀로 변한 내 모습을 바라보며 그동안의 시절을 되돌아보게 해 줍니다.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을 일기에 적어 보관하는 것처럼, 변하지 않은 고향 공간은 저의 추억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나의 추억을 담아 놓는 공간. 집값이 오르길 바라는 주변 분에게는 조금 죄송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는 이런 공간이 영원히 그대로였으면 좋겠습니다. 빠른 성장도 좋고 다이내믹한 변화도 좋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나를 돌아보고 잠깐 멈춰있게 만들어줄 정체된 공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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