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미융합소 Jan 26. 2021

능력에 따라 평가 받는 사회는 공정할까?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고.

우리나라에서 '공정'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최순실, 조국. 인국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아 넣었습니다. 공정은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순수히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것'입니다. 현재 사람들은 공정한 사회를 위해 곳곳에서 투쟁합니다. 사람들은 공정한 사회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사회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석학 마이클 센댈(Michael Sandel) 교수는 책 '공정하다는 착각'을 통해 이에 대해 반박합니다. 그는 오로지 능력으로만 평가받는 사회는 있을 수 없으며, 올바르지 못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오히려 능력으로만 평가받는다고 믿어지는 사회는 불행하고, 공동선(commen goods)이 무너진 사회라고 이야기합니다.


 능력주의 사회는 자신의 부와 명예를 자신의 능력에서 찾습니다. 자신의 성공은 자식의 덕이며, 자신의 패배는 자신의 무능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성공이 자신이 잘났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깔봅니다. 반대로 패배한 사람은 자신의 실패가 자신의 무능함 때문이라 생각하고 자책합니다. 결국 이런 식의 사고는 성공한 자에게 오만을 패배한 사람에게는 굴욕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성공은 스스로 쟁취한 성공이 아니며, 누군가의 패배는 결코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닙니다. 능력주의 사회는 삶에 있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 가지를 간과합니다. 바로 '운'입니다.


 샌델 교수는 우리의 성공도, 실패도 모두 '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떠한 사람의 성공도 결코 한 사람의 능력 덕분일 수 없습니다. 주변의 도움, 주변 환경, 적절한 기회, 더 나아가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뛰어난 유전자까지. 이러한 외부 요인은 모두 한 사람이 쌓아 올린 능력이 아닙니다. 이것은 단순히 그 사람의 '운'일뿐입니다.


 자신이 이룬 것이 손수 자신의 손으로 이룬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을 때, 사람은 겸손하고 감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실패가 운이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때 사람은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센댈 교수는 이처럼 능력주의에서 벗어나 운을 인정하는 사회가 왔을 때,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공동선을 가지는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고 저는 머리가 띵~했습니다. 책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능력주의에 젖어 있었는지 알려주었습니다. 학급 석차, 수능 등급, 대학교 서열, 학과 학점 등. 매 인생의 지점마다 중요하다고 여기던 가치들은 모두 이런 능력주의의 산물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받은 높은 점수, 높은 등수 등은 잘난 사람을 증명해주는 증표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존경받기 위해서, 저는 설령 그것이 맞지 않는 일이더라도 열심히 해야 했습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은 내가 노력하지 않은 탓이기에, 나를 증명하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 해야 했습니다. 나보다 잘난 사람에게는 질투를,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는 무시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삶을 옥죄었고 불행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못한 것은 내가 못나서가 아니고, 저 사람이 잘한 것은 저 사람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모든 것은 결국 운이었고, 내가 부족한 것은 단지 내게 아직 적절한 운이 찾아오지 않아서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가만히 앉아 운에 모든 것을 맡기라고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삶에 있어 운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운칠기삼(運七技三)'. 인생 7할은 운이고 3할은 능력이라는 뜻의 사자성어입니다. 이 말처럼 삶에서 우리의 능력이 차지하는 부분은 고작해야 2~3할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능력만으로 세상을 나누고, 능력을 잘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좋은 사회를 만드는 방법일 수 없습니다.


세계는 현재 지독한 능력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자살하고, 살인하고 수많은 혐오와 차별이 생겨나는 것은 가장 아래쪽 부분에 자리 잡고 있는 이런 능력주의 때문일 수 있습니다. 혹시 저처럼 오랜 시간 능력주의에 파묻혀 살아온 분이 계신다면, 센댈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우리가 맹신하는 능력주의가 얼마나 큰 문제를 가졌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파트너십을 위한 조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