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눈을 감고 있었던 기후위기
타일러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를 읽고
잦은 산불, 홍수 등 각종 자연재해는 기후변화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런 자연재해를 겪을 때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하죠. 하지만 언제나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이벤트일 뿐 그것을 위해 삶 전체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 19로 삶이 180도 변하고, 인간 활동의 중단으로 확연히 달라진 자연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환경에 대한 시선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그동안 기후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등한시했습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별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환경변화에 경각심을 느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못 본 채 넘어갈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었습니다. 당장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외출할 때 불 끄기, 수도 잠그기, 재활용하기 정도였습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비정상회담으로 유명한 방송인 타일러가 쓴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읽었습니다.
책 중에는 타일러가 자신이 겪은 일화를 들어 한국인들이 환경문제에 얼마나 둔감했는지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나는 분리수거도 잘한다.', '음식물 쓰레기도 분리배출 잘한다.', '그래도 한국이 가장 큰 환경범은 아니잖아?'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한다고 합니다. 그리곤 환경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그러는 너는 뭘 한다고.'식으로 공격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한 번은 자신이 트위터에 "화력 발전소 좀 그만 짓고 그만 돌리고 걱정 없이 숨 쉴 수 있는 한국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쓰니,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댓글이 달렸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보니 저의 평소 생각과 너무 일치 해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3-4년 전, 프랑스 교수님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환경을 엄청 신경 쓰시는 분이셨습니다.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는 날씨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으시고 출퇴근도 자전거로 하셨습니다. 더운 날 땀을 흘리시며 자전거를 타시는 교수님을 보고 저는 속으로 참 별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은 과제로 자신이 하루에 소비하는 탄소량을 조사해 오라고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학생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수업과 크게 관련 없고, 점수에도 들어가지 않는 과제라 제대로 해온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교수님은 우리에게 적정 탄소 배출량을 보여주면서 너희들이 얼마나 탄소를 많이 소비하는지 생각해보라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빨리 진도나 나가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타일러의 일화를 보며, 불과 몇 년 전 내가 가졌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반성했습니다. 날이 더워지면 에어컨을 틀면 되고, 설거지하기 귀찮으니 일회용품을 사서 쓰면 되고, 걷기 귀찮으니 택시를 타면 된다 생각했습니다. 분리수거, 불 끄기 등이면 충분하다 생각했습니다. 주변에서 환경을 이야기하고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사람이 있으면 모른 척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돌아보니 그동안 환경보호 활동을 하지 못했던 것은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정보를 받아들이기 싫어서였단 걸 깨달았습니다.
환경 문제는 심각 단계를 넘어 위기 단계로 가고 있습니다.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 이전의 기온보다 2도 이상 올라가면 기후는 임계점을 넘는다고 합니다. 이 지점을 넘으면 기후는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고 이전의 환경으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산업화 이전부터 현재까지 기온 상승은 1도를 넘어섰습니다. 이 속도라면 2030-2052년에 1.5도 상승을 피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곧 겪게 될 일입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문가나 전공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제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실천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첫 단계는 닫혀 있는 문을 열고, 환경 문제를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환경 이야기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으로 환경 보호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첫걸음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읽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