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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May 30. 2020

너는 너의 이미지를 아니?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


 나는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싫어했다. 그래서 항상 초등학생 때 교내 글짓기 대회 때 운문과 산문 중에 항상 운문을 선택했다. 산문을 선택하면 원고지 4,5장에 빼곡히 글들을 적어야 하는 게 너무 귀찮고 손아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책 읽기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책만 들면, 평소에는 없던 기면증 현상이 나타나 꾸벅꾸벅 졸곤 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 성인이 되어서 갑자기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글을 연필로 꾹꾹 원고지에 눌러 담을 필요가 없어졌단 것도 한몫했지만, 그보다도 내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나만의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고유한 이미지를 가진다. 우리는 타인을 볼 때 내가 아는 척도로 상대방의 이미지를 분석한다. '이 사람은 밝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네', '이 사람은 상냥한 사람이네' 등과 같이 여러 방면에서 상대방을 분석한다. 그런 분석이 언제나 맞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의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타인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서로 원만하게 지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상대를 분석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나 자신한테는 어떤가? 우리가 상대방을 분석하는 것만큼 면밀하게 자기 자신을 분석해본 적이 있던가? 그냥 가끔씩 하게 되는 별자리 운세나, 혈액형 유형 검사 등과 같은 비과학적인 이야기를 보면서 자기 자신을 끼워 맞추기는 하지만 진정으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타인이 나에 대해 분석한 이야기를 해주면 '칫 너희들이 뭘 안다고'라고 비아냥 거리긴 했지만, 정작 자기 자신도 자기 이미지가 뭔지 설명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불현듯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이미지를 분석하는데 신경을 썼던 것에 반해,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나를 잘 알아주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나를 알아줄까? 내가 나를 모른다면 내가 나를 위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나는 내가 누구고, 나의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스스로 아는 것이 내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 이미지를 알아가 보자 생각했다.




 나는 우리의 이미지가 콜라주(collage)라고 생각한다. 무엇 하나로 구성된 완성된 피사체의 모습이 아니라, 수많은 작고 다양한 조각들이 서로 얽혀 하나의 형태를 만드는 콜라주 말이다. 우리가 그동안 우리의 이미지를 완벽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우리가 우리의 작은 조각들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의 진짜 이미지를 알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내 일상 속 곳곳에 뿌려져 있는 나의 조각들을 주워서 한 곳에 모아 놓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가는 무수히 많은 나의 조각들, 그것들을 하나둘씩 모을 때, 그리고 그 조각들이 하나둘씩 모여 어떤 하나의 형태를 형성할 때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이미지를 알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조각 모으기 작업을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쓰기는 내 생각을 매우 손쉽게 표현할 수 있게 해 준다. 생각만 있다면 특별한 능력이나 기술 없이도 누구나 쓸 수 있다. 더구나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어서 글쓰기는 정말 어디 가나 할 수 있게 됐다. 길을 지나가며 본 것, 그날 내가 했던 생각들과 같은 일상 속 파편들은 이제  글쓰기를 통해 쉽게 기록될 수 있다.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나의 조각들은 이제는 글쓰기라는 도구를 통해 수집된다. 결국 나는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현재 글을 쓰는 작가분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저마다 글을 쓰는 이유와 목적은 다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자기 자신의 생각을 기록해 두는 것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최근 내 글들을 보면서 나는 이러한 나의 초기 생각이 많이 퇴색됐다고 생각했다. 글쓰기가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파편이 되기 위해서는 글에 자기 자신이 확실히 묻어나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글들은 나의 생각이 틀리거나 반박받는 게 두려워 너무 나를 숨기고 방어적으로 썼던 것 같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자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제 좀 더 진솔하고 나의 색깔이 묻어나게 다시 나의 글을 열심히 써보려고 한다. 이제 나에게 글쓰기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쓰는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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