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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May 31. 2020

한국인들은 비타민D가 부족하다!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차이. 비타민D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




 몇 주 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평소 운동도 좋아하고 술 담배도 별로 하지 않는 사람이라 뭐 별거 있겠어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친 시험이라도 채점을 할 때는 긴장되는 법. 건강검진을 받고 결과가 날아오기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건강검진 결과가 핸드폰으로 날아왔다. 비록 몇 개의 하자가 있긴 했지만, 최근 몇 년간 마구잡이로 굴린 몸뚱이 치고는 나름 결과가 괜찮았다. 그런데 그중에 유독 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비타민 D 부족'. 아니, 종합 비타민제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야채도 잘 챙겨 먹는데 비타민이 부족하다고? 다른 건 참아도 먹는 거로 지는 건 못 참는다고,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당장 인터넷 검색창에 '비타민 D 보충법'을 검색해봤다.


'연어, 고등어, 광어, 참치, 송어, 은백색 물고기처럼 지방이 많은 생선과 대구 간유와 같은 생선 간유를 드십시오...'


 이럴 수가 생선이라니... 자취하는 나로서는 이런 음식을 해 먹기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가 생선은 고기보다 비싸면서 양도 적기 때문에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음식 같았다.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좀 더 검색창을 뒤져봤다. 그러다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비타민 D는 햇볕에 30분 정도 쬐는 것으로 하루 섭취량을 채울 수 있다'.


 아니, 비타민D가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섭취할 수 있었다고? 뭔가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어렴풋이 들었던 거 같기도 한 내용이지만, 막상 들으니 새삼 놀라웠다. 게다가 고작 햇볕 30분만 쬐도 비타민D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말은 내가 지금까지 하루 30분도 햇볕을 쬐지 않았다는 소리 아닌가. 조금 충격적이었다. '왜 나는 평소 하루 30분도 햇볕을 쬐지 못했을까?' 비타민 D 결핍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결코 집 밖에 안 나간다거나, 햇볕을 싫어하지 않는다. 카페를 가도 항상 창가 쪽에 앉으려 하고, 햇볕이 내리쬐는 광경을 굉장히 좋아해 햇볕을 따라가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 하루도 빠짐없이 밖을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처지라 햇볕을 마주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이는 분명 내가 밖에 나가지 않아서 햇볕을 충분히 쬐지 못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밖을 충분히 나갔음에도 햇볕을 제대로 쬐지 못한 걸까?


 나는 학생 때 프랑스 파리에서 1년 거주한 적이 있다. 프랑스는 대학교 학비는 대부분 매우 저렴하고 기본 시급이 높은 편이라, 학생들이 아르바이트해서 모든 것을 충당할 수 있는 나라다. 하지만 기본 시급이 높은 만큼 레스토랑이나 카페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학생들이 놀 때 우리나라처럼 마음대로 카페나 레스토랑을 가지 못한다. 그 대신 그들은 마트나 빵집에서 빵이나 와인을 사서 밖 공원이나 벤치에서 주로 먹는다. 거기다가 파리 곳곳에는 아주 아름다운 공원이 많이 있어 밖에서 놀 곳도 많다 보니 별다른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근처 공원으로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 더군다나 파리에는 피시방도 없고 (파리 시내에 딱 한 곳 있다), 노래방도 대중화돼 있지 않아, 친구들과 놀 때는 주로 실내보다 공원이나 강가에서 놀아야 했다. 또 사람들이 탄 피부를 좋아하고 햇볕을 쬐면 건강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대부분의 집에 발코니가 있다. 사람들은 발코니에서는 식물도 키우고, 테이블이나 선베드(sunbed)도 갖다 놓으며, 날이 좋을 때마다 그곳에서 햇볕을 즐긴다.


  한국의 생활 문화는 이와 완전 반대다. 자주 밖에 나간다 하더라도 향하는 곳은 언제나 실내다. 친구를 만나도 밖에 있는 시간보다 술집이나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으며,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음식을 사도 밖에서 먹는 일은 거의 없다. 회사나 쉬는 시간이나 휴일에는 공원이나 야외 벤치보다 주로 실내 공간에서 여가생활을 즐긴다. 집은 어떠한가? 현재 한국은 프랑스와는 반대로 대부분 발코니를 없애는 추세다. 야외를 즐길 수 있는 발코니보다 실내 점유면적이 더 중요한 관심사다. 발코니도 실내가 되다 보니 햇볕이 쨍쨍한 시간대에도 햇볕을 쬐며 시간을 보낼 공간이 없어졌고, 앞뒤 양옆 높은 건물들이 많다 보니 아주 고층에 집이 위치하지 않는 이상 햇볕이 집안 깊숙이 들어오지 못한다. 더구나 문화적 특성상 피부가 하얀 것이 미의 기준이다 보니, 햇볕은 피부 건강을 위해 웬만하면 피해야 하는 안 좋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하루에 햇볕을 30분 이상 쬐지 못했던 것은, 내가 유독 햇볕을 싫어한다거나 밖에 잘 안 나가서가 아니다. 많은 활동이 실내에서 일어나고, 햇볕을 쬐면서 시간을 보낼 만한 마땅한 야외 공간이 없으며, 햇볕을 쬐는 것이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문화권 내에서는 하루에 햇볕 30분 이상 쬐는 생활 습관을 지니기가 쉽지 않았다. 즉, 나는 30분 이상 야외 활동을 매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비타민D가 부족했던 것은 '한국의 문화, 환경, 풍토가 햇볕을 30분 이상 쬐는데 별로 적합하지 않아, 야외에서 활동한 시간을 충분히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비타민D 합성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나의 비타민D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햇볕을 쬐는 시간을 늘리자' 같은 전략을 세우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으며, 차라리 쿠팡에서 비타민D 보충제를 사서 매일 챙겨 먹는 것이 더욱더 현명한 선택이다'라는 뜻이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을 합리화한다. 밖에 나가서 연어, 고등어, 참치 같은 비싼 생선들을 손질해서 자주 챙겨 먹기 싫고, 밖에서 나가서 굳이 따가운 햇볕을 30분 이상 맞으며 굳이 시간을 낭비하기도 싫을 때, 이처럼 자기 자신의 선택이 합리적이라고 보이게 해 줄 어떠한 근거를 찾는다. 분명 건강 관련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은 해야 하고, 그렇지만 귀찮거나 힘든 일은 하기 싫으니 이런 나를 스스로 합리화시켜줄 도구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분명 여러분도 나처럼, 지금 딱히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을 신경 써서 섭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한국의 문화 정서상 햇볕을 매일 30분 이상 쬐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얼른 다 같이 나의 글을 스크랩해두고, 쿠팡에서 비타민 D 보충제를 구매하도록 하자. 그리고 혹시나 '햇볕을 충분히 안 쬐니까 비타민D 결핍이 오지'하고 말하는 사람을 만날 때를 대비해 내 글을 스크랩해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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