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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Jun 05. 2020

좋은 상황이 GG를 받아주지 않는다.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배운 마무리의 중요성

  저는 가끔 ‘스타크래프트’를 합니다. 평소 게임을 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게임을 처음부터 배울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파 그냥 늘 하던 게임을 합니다.


 오늘은 왠지 몸도 찌뿌둥하고 머리도 아파 기분전환도 할 겸 오랜만에 피시방을 갔습니다. 옛날에는 피시방에 가면 스타를 하는 사람들이 잘 없었는데, 요즘 스타크래프트 인터넷 방송 덕분인지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1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혼자 작전을 세우고 플레이를 합니다. 그래서 경기의 이기고 지고는 모두 자기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저는 스타크래프트의 이런 점이 좋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나면 승패에 따라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몇 번, 다 이겼다고 생각한 경기에서 패배를 했습니다. 확실히 이긴 상황이라 생각을 한 나머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긴장을 풀었던 것이 패배의 요인이었습니다. 마치 축구에서 공격수가 아주 멋진 드리블로 수비수를 모두 제친 다음, 슈팅도 하기 전 긴장을 풀어버린 것과 같았습니다. 골이 들어가기 전까지 득점이 난 것이 아닌데 혼자 마음속으로 이미 득점이 났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저는 종종 이런 실수를 하곤 합니다. 이는 결과가 나기 전 훌륭한 상황을 만들어 놓은 자신에게 너무 안도해 생기는 실수입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훌륭한 과정을 결과라고 착각하고 결론을 흐지부지 내버리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종합 프로젝트를 했을 때도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주어진 과제를 분석하고 밤새 계획을 세워 멋진 발표와 결과물을 만들었습니다. 교수님들께 칭찬을 받고 만족스러운 평가를 들었습니다.


‘이만하면 이제 A+이겠지?’


아직 최종 결과물 제출이 남아있었음에도 저 혼자 섣불리 판단을 내렸습니다. 순간 긴장이 풀리고 최종 결과물 작업은 예전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 흐지부지 끝냈습니다.


결과 발표날, 저는 A를 받았습니다. 순간 배신감이 들어 교수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나 : 교수님 제가 왜 A를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수업과 발표에서 모두 최고의 점수를 받았지 않았나요?


 교수님 : 최종 결과물의 퀄리티가 조금 낮더구나. 너의 발표를 듣지 못한 교수님들은 너에게 낮은 점수를 줬더구나.


 저는 그때 과정을 보지 않고 결과로만 점수를 매긴 교수님들이 못마땅했습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스타크래프트 경기 통해, 만들어 놓은 아무리 좋은 상황도 그에 걸맞은 깔끔한 마무리가 없다면 결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훌륭한 과정은 그에 걸맞은 깔끔한 끝맺음이 있을 때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아마 저는 그동안 작업의 과정을 결과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만 집중하고 그것을 잘 끝맺는 법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유리한 상황도 컨트롤하지 않고 대충 ‘어택 땅’ 찍어버린다면, 한 순간에 전세가 역전될 수 있습니다. 훌륭한 과정을 세우는데 집중하는 만큼, 훌륭한 마무리를 짓는데도 집중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종종 인생에서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과정도 끝맺음이 없다면 영원히 과정일 뿐입니다. 훌륭한 과정을 그에 걸맞은 훌륭한 결과로 바꾸는 것은 훌륭한 마무리입니다. 자신이 만족스러운 과정과 계획은 잘 만들지만 결과가 좋지 못하다고 생각이 된다면, 자신이 과정에 맞는 마무리를 하고 있지가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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