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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May 15. 2020

중2병 포비아

너무나 무서운 중2병!  중2병은 불필요한 것일까?

 



 자식이 중학교 2학년이 되면 주변 모든 사람들은 긴장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중2병’이 발병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즈음에 발병하는 이 병은 순종적이던 아들이 갑자기 말대꾸를 하기 시작한다거나, 외모에 관심 없던 딸이 갑자기 화장품을 사기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을 알린다. 대게 이 병은 훗날 아이들을 이불킥을 하도록 만드는 수많은 흑역사를 남긴 채 종료된다.


한국에서는 청소년 전반에 나타나는 이러한 반항 증상에 ‘중2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러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관종', '허세충' 등의 호칭을 붙여 놀린다. 이때 행해지는 아이들의 의사표현은 ‘그럴 시기’에 하는 이상행동으로 여겨진다.


중2병은 다시 감시자에게 순종하는 착한 아이로 돌아오거나 자신이 했던 철없는 행동을 반성하며 주변의 철없는 아이를 나무라는 ‘어른’이 되는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이렇게 ‘중2병’이 마무리되어야만 아이는 철들었다는 칭찬과 함께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중2병’은 태풍 같다. 사납지만 열 균형을 위해 반드시 발생해야 하는 계절의 한 때 발생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집 안에서 한 때 발생하는 이 태풍은 주변의 태풍 경험자들에게 들은 생생한 경험담과 대처법으로 태풍이 다가올 철이 되면 가족 모두를 임전 태세에 들어가게 한다. 그러고는 제발 우리 집의 태풍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기도하며, 어차피 지나가고 다시 잠잠해질 사건인데 없는 척 지나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다들 한숨을 내쉬며 자신들의 경험담을 다음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이처럼 ‘중2병’은 한 집안의 큰 사건이자 어디서든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쯤 되면 이 괴상하고도 이상한 병은 왜 발생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리고 이런 '중2병’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고 싶지 않은가? 니체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보면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니체의 저서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인간이 초인이 되는 과정을 3단계로 구분한다. 그의 비유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은 ‘낙타’-‘사자’-‘아기’ 세 단계로 변화하는데, 낙타는 의무에 순종하고 고통을 인내하는 단계로써, 무겁기 그지없는 짐을 짊어지고 사막을 달리는 존재이다. 다음 단계인 사자는 자신을 억누르는 주인에게 송곳니를 드러내고 투쟁하는 단계로써, 자유를 쟁취하길 원하고 사막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자 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강력한 주인은 ‘너는 해야 한다’라는 주인인데, 사자는 이것을 ‘나는 원한다’로 바꾸고자 노력한다. 마지막 단계인 아기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는 단계인데, 아기는 모든 것의 새로운 출발이며 놀이, 최초의 움직임이다. 아기는 주인이 죽은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통해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


순종의 시간을 벗어나 주변의 것을 부정하고 자신의 판단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자 진정한 개인이다.


인간 정신의 3단계는 인간이 독립적인 개체, 진정한 의미의 ‘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순종의 시간을 벗어나 주변의 것을 부정하고 자신의 판단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 것은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 되는 과정이다. 2병은 이러한 맥락에서   ‘낙타 단계에서 벗어나 ‘사자 되고자 하는 자아의 단계라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압력과 짐을 벗어던지고 자기 자신이 자신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시기에 일어나는 주인과 사자의 싸움은 낙타가 영원히 낙타의 상태로 남아있기 바라는 주인과 자기 스스로 가치를 창출해내는 아기로 진화하고자 하는 사자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다.


낙타와 자신 사이의 경계가 의심받고 공격받는  시기는 주인에게 있어 가장  위기  수밖에 없다. 주인에게 낙타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필요도, 자기 주도권을 행사할 필요도 없다. 주인은 낙타가 언제나 자신의 짐을 대신 짊어지는 느긋하고 인내하는 존재이길 바란다. 그래서 주인은 이렇게 사자로 변하려고 하는 낙타를 끊임없이 억압하고자 한다. 그러나 주인들도 자신과 낙타의 비합리적인 관계를 알기에 그리고 사자의 송곳니가 강력함을 알기에 그들과 정면으로 대립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런 상황을 보다 주도면밀하고, 피해 없이 넘기기 위해 새로운 전술을 만들어 냈는데, 그것이 바로 '2'만들기 전술이다.


 전술은 사자들 스스로가 변화한 자기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도록 만들고, 변화하고 있는 자신의 정신적 상태가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사자가 가지는 공격과 송곳니는 ‘그런 시기니까라는 말로 무시해버리고, 그의 공격에 대한 직접적 반격보다는 서투른 행동이나 꼴에 대한 놀림과 비아냥으로 그들을 무너뜨린다. 그러한 집단적 무시 속에서 사자는 자연스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신감'이라는 무기를 내려놓고,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다시 낙타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렇게 다시 낙타가  사자는 자라나 자신의 짐을 다른 낙타에게 넘겨줄 때까지, 계속 낙타로 살아가며 자신이 운명을 되풀이하는 존재가 된다.



사회가 병드는 것을 막고, 계속 발전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이러한 과도기 시기인 청소년들을 보다 슬기로운 방식으로 대해야 한다


 

중2병 전술은 주인들이 불필요한 다툼이나 논쟁을 최소화하고, 상처 없이 효과적으로 이 시기를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인들에게 있어, 매우 효과적인 대처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대처는 세상을 낙타의 밭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주인을 죽이고 사자 단계를 지나, 새로운 것을 재창조하는 아기의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개인에게 사자의 단계에서부터 가하는 큰 압박은 그들이 자아를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강력한 압박은 그들이 초인의 단계로 넘어가는데 지대한 장애물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방해로 인해 세상이 낙타들만 존재하는 사회가 돼버린다면, 그 사회는 누구 하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못하는 짐을 짊어지고 인내하는 것만이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지는 병든 사회가 될 것이다.

 

사회가 병드는 것을 막고, 계속 발전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이러한 과도기 시기인 청소년들을 보다 슬기로운 방식으로 대해야 한다. 사자의 시기는 그동안 몸속에서 자라나던 야수의 본성과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현되는 시기로 폭력성과 극단성을 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기를 그들을 피하거나 무시하는 식으로 넘겨서는  된다. 오히려 이런 그들에게 같은 독립된 개체로써 당당히 맞서고 그들의 생각과 사고를 들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대처 방법이다. 그들이 하는 주장과 의견을 '사춘기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등과 같은 회피성, 무시성 발언 등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우리가 타인들과 대화를 하듯이 요목조목 판단하고 알맞은 논리와 사고로 대처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사고 자체를 비난하기보다 그들이 그것을 주장하는  사용한 논리, 근거들에 대해 반박하고 정정해 주면서, 그들의 사고능력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사자는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억압과 주인에게 반기를 드는 존재이므로, 사자가  아이들에게 전과 같이 그들을 가르치거나 복종하게 만드려 하는 주인과 같이 행동한다면 그들은 날카로운 송곳니로 어떻게든 주인을 없애려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인정하고 똑같은 독립된 개체로 그들을 받아들인다면, 그들도 송곳니를 집어넣고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상황을 해결하려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사자를 더욱 빨리 아기로 진화하게 만들어, 그들이 더욱 빨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초인이 되도록 도와줄 것이다.


중2병 시기는 한 개인이 초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일종의 과도기 시기다.

 

2 시기는  개인이 초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일종의 과도기 시기다. 그렇기에  시기는  인간의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시기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결정적 시기를 '2'이라고 폄하하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무시와 폄하는 그들의 발전 가능성과 막아버리고, 초인으로 나아가는 길을 끊어버린다. 우리가 더욱 발전되고 건강한 사회에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재창출 해낼  있는 많은 초인이 필요하기에 우리는 이들을 더욱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이제는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아기로 진화하려는 아이들에게 '2'이라고 놀려대지 말자. 그보다는 오히려 세상과 맞서 싸우려는 용맹함을 인정해주고 그들을 당당한 인격체로 존중해주자. 오늘도 세상과 싸우려는 많은 사자들에게 나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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