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더욱 강해지는 창조의 힘.
그동안 읽었던 책에는 한 명의 주인공이 있었습니다. 마블의 ‘스탠 리’, 일본 영화계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하지만 이번에 읽은 책 ‘픽사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 한 사람이 아닙니다. 영화 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낸 애니메이션 그룹 ‘픽사’가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저는 그동안 크리에이터라는 말을 사용할 때면 항상 만화가, 영상 제작자, 작가 등 어떠한 매체를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개인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책 ‘픽사 이야기’는 다수의 사람이 힘을 모아 하나의 거대한 크리에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거대한 크리에이터(픽사)는 일반 개인 크리에이터가 만들 수 있는 한계점을 벗어나 이루어질 수 없을 것만 같은 마법 같은 일을 이루어냅니다. 마치 개체 단위로는 매우 약한 정어리가 떼를 이루었을 때 포악한 상어조차 압도하는 거대한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픽사 사람들은 힘을 합쳐 거대한 창작물을 만들어 냅니다.
픽사의 사례는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창조적 그룹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픽사에는 각기 다른 부분에서 각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는 무수히 많은 직원들이 나옵니다. 이들은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같은 비전을 공유합니다. 그래서 비록 이들이 가진 전문성이나 기술은 다를 지라도 거대한 공동체가 함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들이 10년 넘는 기간 동안 수익 하나 내지 못하고 적자의 상태로 있는 동안에도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끈기 있게 도전합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서로서로가 메꿔주고 서로의 능력을 믿고 의지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토이스토리>라는 최초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냅니다. <토이스토리>는 모든 것이 컴퓨터를 통해 만들어진 완벽히 새로운 세상입니다. 서로 의지하고 힘을 합친 이들은 결국 한 개인으로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 겁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개인 크리에이터가 만들 수 있는 세상은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픽사는 그러한 크리에이터들이 뭉쳐 더욱 거대한 창의성을 구현해냈습니다.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모두가 같은 의지를 가지는 것. 그것이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크리에이터를 만드는 힘인 것 같습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픽사의 이야기는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매우 귀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의 창작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책 ‘픽사 이야기’를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