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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Jul 21. 2020

끝까지 놓지 않는 힘

이성을 지탱해주는 ‘성취 의지’

 혼자 운동을 하다 보면 나에게 관대 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혼자 장거리 달리기 할 때 등 한계에 도전하는 운동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 몸도 찌뿌둥하고 삶에 활력이 없는 것 같아 스스로 5km 달리기에 도전했습니다. 평소 조금씩이 운동도 해왔던 터라 나름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5km 달리기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습니다.


 4km쯤 왔을 때 숨이 턱까지 차고 팔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머리가 멍하고 눈 앞이 흐릿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만 할까? 머릿속에서 악마의 속삭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비록 5km를 뛰기로 했지만 평소 장거리 뛰지도 않았으니 4km 정도면 충분히 많이 뛴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경사가 있어서 더 힘들었어.', '너무 오래 뛰면 오히려 건강에 안 좋아.' 등 갖가지 생각들로 나를 합리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마지막 1km는 처음 1km보다 더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 1km는 체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마지막 1km가 없으면 목적은 결코 달성할 수 없습니다. 이때 나를 목적지까지 끝까지 가게 해준 것은 나의 남아있는 체력도 뛰었다는 성취감도 아닌, 5km를 뛰고 난 후 건강해진 심장과 폐를 가진 나의 모습이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이 들면 우리의 이성은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약해진 틈을 그동안 억눌려오던 욕구들이 공략하기 시작합니다. 이럴 때 이성을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해진 이성을 보강해줄 또 다른 힘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타인의 강요나 위협 등과 같은 이성을 대체할 강력한 외부의 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의 힘은 자신의 힘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완하거나 유지하게 해주지 못합니다. 또한 그것이 단순한 인내와 성취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무너 저 내리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힘을 통해 약해진 이성을 보강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것은 ‘성취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성취 의지'는 어떠한 것을 성취하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이는 성취를 하고자 하는 내면의 욕구인 ‘성취욕’과는 달리 자신이 머릿속에 그리는 상상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즉 '성취 의지'는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그 자체의 충족감 또는 만족감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보게 될 혹은 갖게 될 어떠한 상상 속 이미지를 위한 행위입니다.


 최근 읽은 책 '픽사 이야기'에서는 픽사와 디즈니가 토이스토리 2 작업을 할 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디즈니는 픽사와 계약 갈등을 겪고 있던 와중 토이스토리 1에 대한 권리를 내세우며 픽사와의 상의 없이 멋대로 토이스토리 2 제작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결국 픽사와 디즈니는 극적인 타협을 하게 되고 픽사의 대표 애니메이터 존 래시터가 토이스토리 2 작업에 들어서게 됩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만들어진 토이스토리 2는 픽사팀이 작업했던 토이스토리 1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적당히 보완해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존 래스터와 픽사 팀은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환상적인 토이스토리 2 작품을 위해 다시 작업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토이스토리 2는 전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엄청난 대작으로 제 탄생하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존 래시터와 픽사를 다시 작업할 수 있게 해 준 힘은 '성취 의지'입니다. 그들은 충분히 간단하고 편한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단순한 성취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욕구들보다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진 어떠한 상상을 이루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지가 촉박한 시간 속에서도 그들을 지탱해주며 완벽한 토이스토리 2까지의 남은 1km를 달리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분명 여러분도 이와 같은 경험을 해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눈 앞의 달콤한 치킨을 이겨내고 싱거운 닭가슴살을 먹는 사람, 가슴이 찢어질 것 같지만 끝까지 무거운 바벨을 한 번 더 들어 올리는 사람, 잠이 쏟아지지만 세수를 하고 일어서 공부를 하는 학생 등. 단순한 욕구 또는 인내심 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러한 행동들은 모두 자신들이 상상하는 어떠한 모습 또는 이미지를 위한 그들의 의지였을 것입니다. 이처럼 ‘성취 의지’는 힘든 상황 속에서 이성이 무너지고 욕구가 올라올 때, 우리를 끝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힘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고난을 겪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무의식을 주관하는 간뇌가 이성을 주관하는 회백질을 밀어내고 지배력을 행사하려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모습에 대해 상상하고 그것을 쟁취하려는 의지를 통해 우리의 이성을 더욱 강하게 동여맬 수 있습니다. 힘든 시간 속에서 너무나 포기하고 싶을 때 자신이 그것을 해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되고자 했던 그 모습에 다다르는 상상을 해보세요. 육체적 고통과 밀려들어오는 욕구를 이겨내고 우리를 더욱 아름답고 멋지게 만들어줄 '성취 의지'가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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