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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Sep 27. 2020

균형 잡힌 세상.

모든 것이 똑같은 세상은 과연 균형 잡힌 세상일까?

 여러분은 '균형'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시소 양 끝에 몸무게가 똑같은 사람이 앉아 완벽한 수평을 이루는 모습. 이것은 '균형'잡힌 모습일까요?


 전 픽사와 디즈니의 대표를 했던 애드 캣멀은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균형이라는 단어는 바쁘게 변화하는 환경에 극도로 역동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같은 책에서 영화 인크레더블의 감독 브래드 버드는 '모든 창조적 조직에는 계절이 필요합니다. 폭풍우도 필요하고요. 생태계와 똑같아요. 충돌이 없는 상태를 최적의 상태라고 보는 것은 화창한 날을 최적의 상태라고 보는 것과 같아요. 화창한 날은 태양이 비구름을 몰아낸 날입니다. 이때는 충돌이 없고, 승자가 명백하죠. 하지만 매일 화창하기만 할 뿐, 비가 오지 않으면 생물이 자랄 수 없습니다. 밤도 없이 항상 햇볕만 내리쬐면 지구가 말라붙고 모든 생물이 멸종할 겁니다. 충돌은 기업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충돌을 통해 최고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검증받기 때문이죠.'라고 말합니다.


 두 사람의 말을 빌어 앞서 했던 질문을 다시 생각해봅시다. 완전히 같은 몸무게로 완벽한 수평을 맞춘 시소는 과연 균형을 이룬 모습일까요? 네. 물론 그것은 균형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무엇도 창조해내지 못하는 '죽은 균형'입니다. 그리고 죽은 균형이 된 시소는 더 이상 시소가 아닙니다.


 시소는 서로 다른 몸무게를 가진 양쪽이 서로의 다리 힘을 조종해 지속적으로 위아래로 움직이게 하는 놀이입니다. 비록 서로가 완전한 수평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움직이고 조율할 때 시소는 살아있는 균형을 이룹니다. 에드 켓멀과 브래드 버드의 말처럼 우리는 바쁘게 변화하는 환경을 역동적으로 대응하면서 균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이러어진 균형에서 우리는 활력을 얻습니다.




 ‘평등’은 요즘 매우 핫한 키워드입니다. 평등은 우리가 어떠한 권리, 의무, 자격 등을 골고루 균형 있게 나눠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다양성이 중요해지고 점점 더 많은 가치들이 중요해지면서 우리는 더 이상 차별받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세상을 꿈꿉니다. 하지만 간혹 몇몇 사람들은 이 균형을 양측이 5:5로 나누어 갖는 완벽한 균형으로 착각합니다. 서로의 차이가 어찌 됐든 정량적으로 동등하게 모든 것을 나누는 것이 평등한 것이라 주장합니다. 서로의 차이와는 상관없이 오롯이 똑같은 기준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 서로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모든 일을 똑같이 나누는 것 등. 사건 속에 엮여 있을 다양한 속사정과 문맥과는 상관없이 완벽한 수평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사회가 과연 좋은 사회일까 의문이 듭니다. 시소의 예시처럼, 모든 것이 5대 5로 나누어진 세상에서는 더 이상 어떠한 가치도 생성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동등해 완벽한 수평을 이룬 상태에서 우리는 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습니다. 더 이상 알맞은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로의 차이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배려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이런 사회는 활력을 잃고 더 이상 발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보다 저는 에드 캣멀과 브래드 버드의 말처럼, 비록 서로가 다르지만 그 다름을 위해 서로 연구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좀 더 좋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균형 잡힌 축구팀은 중앙 공격수가 비었을 시, 한쪽 윙어 공격수가 그 빈자리를 메꿉니다. 그리고 그때 수비 윙어가 올라와 윙어 공격수의 자리를 메꿔줍니다. 균형 잡힌 축구팀은 이런 식으로 서로의 각자의 역할과 포지션은 다르지만 매우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입니다. 저는 이런 축구팀처럼 필요와 상황에 따라 힘이 유연하게 움직이는 '살아있는 균형'이 좋은 균형이라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균형으로 만든 평등은 활력 넘치는 사회를 만듭니다. 비록 서로가 다르고 차이를 보이지만 그 간격을 도움과 배려로 메웁니다. 다른 사람보다 어떤 것이 부족한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어떤 도움을 필요한지를 이야기합니다. 이런 사회 속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취약점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의지 합니다. 사람들은 상황의 변화에 굉장히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처합니다. 이 사회 속에서 평등은 타인과 똑같이 나누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모자란 점을 보완해주는 것입니다.

 



 사회가 움직이고 지속해서 무언가를 생산해내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가 다른 상태로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무게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힘을 조율해가며 균형을 맞춰는 것. 저는 그것이 바로 이상적인 균형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상대와 모든 면에서 같아지는 것을 꿈꾸는 것보다 서로의 약한 점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이 어떨까요? 진정한 평등은 모든 것이 상대와 정량적으로 같아지는 것에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약점이 공유되고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역학관계 속에 있을 때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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