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날마다 그림일기 2021 03 27 토 비

by Areeza




2주 전, 속초에 갔었는데, 그때 동아서점이 란느 곳에 갔었다.

같이 갔었던 친구와 서점에 가자는 이야기를 듣고 꽤 흥미로웠던 기억이다.


그때의 일을 잠깐 회상해 보자면,

그때의 난 매우 지쳐있는 상태였고, 불안정한 상태였다.

같이 간 친구도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내게 자신은 만약 여행을 가게 되면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니긴 어려울 것 같다고. 그런 친구에게 나 역시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연신 서운한 마음을 보였었다.

역시나 그 누구보다 무기력감에 빠져 호텔 안 바다를 바라보는 것 자체에 만족하며 있을 거면서.


일상에 오프가 필요했던 우리는 격렬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충분히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무언가를 하는 것이었으니까.


비가 오던 날이었던 것 같다. 친구의 말이, 이곳에 서점이 있단다. 그곳을 가보는 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꽤 흥미로운 제안에 그럼 같이 가볼까?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그렇게 그곳에 가게 되었다.


동아서점이라는 글씨가 쓰여있는 건물이었다. 비가 오는 날이라 그랬는지 유난히 따뜻한 노란색의 조명 색이 밖으로 내비치면서 빗물에 비쳐 반짝반짝 거리는 느낌이었다.


그 안에 우리는 아무 사심 없이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친구의 말이 너에게 책 선물을 할 테니 무언가 골라봐라고 제안했고, 난 무엇을 골라야 하나 고민을 했던 중이었다. 유명한 소설가의 책을 골라 들고 계산을 하던 참에 못내 아쉬워서 한 바퀴만 더 돌자고 이야기하던 나는, 이 책을 만났다.


[당신에게 말을 걸다] 작은 글씨로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라는 부제와 함께.


그 책을 오늘 집에서 밥을 먹는데 보고 싶어 졌다.

친구가 이야기하는 3월 안에 읽어야 한다는 특별한 주문도 있었기도 하지만 말이다.


유튜브를 보며 밥을 먹는 게 이제는 조금 지루해지기도 한 참에 밥을 먹으며 한 소절 읽는데, 이 책에 저자 시라며 사인을 해주시던 작가님 얼굴이 생각이 났다. 그 사람은 계산대에서 계산을 해주시던 분이셨고, 선한 얼굴에 느슨한 말투로 "제가 이 글을 썼는데 사인을 해 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어봐주셨다.

너무 기쁜 마음에 그래 달라고 했고, 무언가 특별해졌던 기분이 들었다.

그리곤 호텔로 돌아와 동아서점의 이야기를 검색에 보는데, 벌써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서점이라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차차 알아가 보기로 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 읽어 내려가는데, 내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엄마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같을 순 없지만, 비슷한 면모를 조각조각 잘라내며 보는 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인 것 같다.


그렇게 앉은자리에서 50페이지까지 읽어버렸다.


책을 일단 덮고 조금 아껴서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책을 선물해 주던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지금부터 책을 보고 있노라고, 내가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큰 결심이 선다면,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나에겐 그림을 그린 다는 건 굉장한 에너지 소모가 있는 일이고, 큰 결심이다.

그런 걸 알기에 친구는 웃어가며, 알겠다며. 기다려보겠다고 한다.


꽤 오랜만에 책이었다.

책을 사는 일을 하지만, 읽어 내려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책을 읽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읽는다 하더라도 필요한 부분만 채택해서 읽어내려가던 때가 많았는데,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는 책은 정말 오랜만이라서 두근거렸다.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볼지 모르겠지만,

50페이지까지의 글들은 충분한 이야기들을 나에게 주었고,

벌써 내 머릿속엔 영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애리자 areeza

일러스트레이터 / 에이에이 스튜디오 기획자.

하고 싶은 일과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아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면서

실수를 할 때면,

덤덤히 "괜찮아, 그럴 수 있지" 마법을 거는 중입니다.

매일매일 나에게 집중하고 친절하려고 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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