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7 날씨 맑음
이 곳에 온지 벌써 7일째.
긴 휴가라는 생각에 어딘가를 갈 생각도, 계획도 없었다.
집에서 있는 것만으로도 "쉼"이었던 것.
마침, 물이 떨어지기도 했고 겸사겸사 점심을 먹기전에 가까운 마켓을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이상하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스스로 나는 진취적이고, 혼자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감정이 드는게 너무 생소하고 즐거웠다.
슈퍼가는 일은 매우 기본적인 일임에도, 그리고 혼자 여행을 가서 이런걸 안해본것도 아닌데, 혼자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처음처럼 느껴졌다.
거기다가 무거운 5리터의 물을 가져온다는 무거운 미션. 길을 잃어 버리면 큰일 나는 것.
일단 더듬더듬 길을 찾아 슈퍼에 가서, 큐알 인식도 하고, 인사도 하고 쇼핑을 하나하나 하고나니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결제까지.
별거 아닌 혼자가 되는 이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같이 있다는 익숙함에서 한번 나아가 스스로 무엇을 해본다는 것에 희열이 느껴졌다.
내친김에 오늘은 밖에 혼자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글을 쓰고 그림을 마저 정리하곤, 4시쯤 언니의 일이 한참 시작이 되곤 말했다.
"저 나갔다 오려고요."
"잘 다녀오고, 무슨일 있으면 연락하고! 왜 물가에 내놓은 애 같지?"라는 언니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근데, 문제는 밖으로 나가는 것부터 문제가 생길줄이야.
불러놓은 Grab은 벌써 도착했다며 전화가 오고, 나는 건물안에서 건물 밖을 빠져나가는 그 순간에 길을 잃어버렸다. 분명 와봤던 길인데 말이다. 엄청 서둘러 부랴부랴 로비로 올라다선 차에 올라탔다.
미안하다는 나의 말에 웃으며, 그럴수 있어라고 말해주신 기사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착전까지 해주었다.
페낭에서 산다는것, 어떤 사람들이 왜 이곳에 방문하는지, 건물들에 대한 이야기 등등
내가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그렇게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로소 난 혼자 무엇을 하는 구나라는 은근한 자신감도 붙었던것 같다.
그렇게 도착한 조지타운(Gorge town)의 리틀 인디아(Little india)에서 내려졌을때, 정말 나만 딱 외국인인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늘 입은 옷이 너무 짧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환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환전소에 가서 환전을 하고 바로 사람들이 모여있는 커피숍으로 갔다. 무언가 바로 나에게 포상을 해줘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간 커피숍에서 난 카운터에서 음식을 오더하려고 하는데, 바쁜 그 사람들은 잠시만이라고 날 세워두었다.
주문을 받은 젊은 친구에게 추천받은 마살라티(Tea Malsala)와 이것저것 섞여있는 바찌(Bajji)를 시키고 앉았다. 시키고나서 테이블을 보니 테이블 오더인것을 보고 "아!"라고 소리내서 말했다.
쑥쓰럽긴 하지만 뭐 난 몰랐으니까.
나온 티와 음식을 먹으며 맛이 복작복작하다는 것을 느꼈다. 매운 차이티와 커리맛 튀김(바나나, 양파, 계란,감자)을 먹으며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음식을 먹으며 글이나 혹은 그림을 그려볼까 했는데, 이런 놓고온 모양이다. 그래서 결국 오롯히 음식에 집중하고 외부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계산을 하고, 남들이 손닦는 모습을 보고 손도 닦고 홀연하게 길을 나섰다.
어디를 가야할지 몰라, 그냥 걸어보기로 했다. 목적이 없기도 했기도 했기 때문에 이곳을 바라보기로 했는데, 이곳의 건축물 들과 가지런한 도시 경관은 그 결정에 힘을 불어넣는것 같았다. 계속 찍어대는 사진들.
와. 엄청난 곳이구나 이곳. 페낭 전체가 문화유산이라고 하던데!
길을 돌고 돌아, 다시 환전소 근처로 지나갈때, 다른 환전소 직원이 환전이 필요하냐며 물었고, 난 환전을 제대로 한것이 궁금해 금액을 묻고 나중에 오겠노라라고 가려는데, 그 직원이 오토바이 앞에 있던 봉지 한개를 주더니, "이거 무슬림 음식인데, 맛이 좋아! 한번 먹어봤으면 좋겠어" 너무 해맑게 웃는 그 사람을 어찌 거절하리, 알겠다며, 고맙다며 나중에 환전을 하게되면 오겠노라라고 이야기 했다.
그렇게 난 투명한 봉지안에든 음식을 손목에 길게 걸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갔다.
같이 사는 언니가 먹고 싶다는 말에 신이나서 미션을 수행하러.
도착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친철한 웨이터에게 추천받은 피자를 시켰고, 기다리는 동안 음료를 마시기로 해서 주문했다. 피자가 나오는 시간이 약 15분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나에게 티를 마시는 시간이 적어도 15분 정도는 되겠지하며. 웃기게도 나는 그때까지 티가 만들어지는 시간을 계산하지 못했었다.
결국 티를 몇모금 마실때쯤, 피자가 나오게 외서 테이크아웃잔에 받아 나오긴 해서 다행이다.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Grab안.
길진 않지만, 이방인이 되었다는 내 모습에 신선했다.
언니와 사온 피자와 샐러드와 약간의 콜라를 마시며 다시 둘이 되었다.
(콜라를 마시지 않는 두 여자는 오늘 우리에게 허락하기로 했다.)
간헐적 혼자가 된다는 것.
새로운 자극이 된다는 것 같다. 혼자서도 다 할 수 있는 어엿한 성인 여자가 이곳에 와서 둘이 있는것에 금세 적응을 해버리곤 다시 혼자가 되는것에 신선함을 느끼는 자체가 말의 앞뒤가 맞지 않지만, 여튼 그 두가지 모두 즐겁다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과 혼자가 된다는 것이 공존할때 삶의 발란스가 맞춰진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