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이라고 하면, 대게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 읽기 수준에서 멈추기 쉬운데요.
저는 잘 듣고, 잘 말하고, 잘 읽고, 잘 쓰고, 나의 감정은 물론 타인의 감정까지 잘 읽어내는 능력까지 포함되는 것이 문해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문해력의 최종 목적지는 소통과 연결이니까요.
우리 아이는 말이 빠른 편이었어요. 한글도 비교적 빨리 쉽게 깨쳤는데요.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아이가 제 안에서 같이 살고 있을 때 아이는 바깥세상이 참 궁금했나 봐요. 그래서 25주가 갓 지났을 때부터, 자꾸만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병원에 있을 때부터 저는 아이에게 말을 많이 걸었어요. 이야기를 많이 해 줬습니다.
'라보파'라는 조기 진통 방지약을 계속 맞고 있었는데요. 약물의 부작용이 심장이 아주 빨리 뛰는 거였어요.
호흡도 가빠지고, 식은땀이 나는 와중에, 혹시나 아이 심장에도 영향이 갈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요.
아이가 혹시나 겁내 할까 봐,
"복동아 (아이의 태명은 복동이 었답니다 :) 밖이 아무리 궁금해도 조금만 참아보자.
세상이 아무리 궁금해도 엄마 뱃속에서 조금 더 있는 거야.
의사 선생님이 엄마 심장은 빨리 뛰어도, 너한테는 영향이 안 간다고 했거든.
혹시 엄마 심장이 쿵쾅쿵쾅 너무 빠르게 뛰고 심장 소리가 크게 들리더라도 겁 안 먹어도 돼. 네가 밖에 빨리 나오면 위험하니까, 엄마 뱃속에서 조금 더 있으라고 약을 맞아서 그런 거야. 심장이 빨리 뛸 뿐이지 엄마는 괜찮거든. "
아이에게 말을 걸면서 아이와 저 둘 다 안심시켜 줬습니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배에 손을 대고서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던 게 버릇이 되는 바람에 아이가 태어나서도 한동안 배에 손을 대고 말을 걸었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도 배에 손을 대고선 '복동아~ 이건 말이야. ' 하고 혼잣말을 했지 뭐예요. 뱃속에 누가 있다고.... 누가 봤으면, 생각쟁2 뭐 하나. 이상한 사람 아냐? 그랬을 거 같아요.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수다쟁2 아빠도 큰 역할을 해줬습니다.
수다쟁2 엄마와 아빠를 둔 복동이는 끝도 없이 '듣기' 입력에 노출된 거죠.
시도 때도 없이 책을 읽어줬고요. 시도 때도 없이 이야기를 만들어서 해 줬습니다.
"타요가 말이야. 하루는 학교 운동장 앞을 지나고 있었는데. 운동장 앞에 길이 엄청 꼬불꼬불하게 놓여 있는 거야. 가다 보니까 3개의 갈림 길이 나왔어."
어디로 갔게? 그중에 젤~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택했어. 꼬불꼬불한 길을 타요가 아이쿠 아이쿠 하면서 막 올라가는데… 길 앞에 갑자기 주차타워가 있는 거야.
땡땡이가 좋아하는 바로 그 주차타워! 근데 타요는 모르잖아? 궁금한 타요는 이 주차타워는 뭘까? 하고 꼬불꼬불한 길을 영차 영차 열심히 올라갔어.
근데 말이야. 어어어어~ 경사가 급해서 올라가기가 힘들었지 뭐야. 힘들어서 그냥 돌아갈까 했는데... 올라가다가 친구를 딱! 만났네. 그 친구 이름이 뭐였게?.... "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아이는 재미있는지 "엄마 또 해줘. 또 또또"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들려달라고 하는 겁니다.
자기 전에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20번까지 해 준 적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는 동안 아이는 갈림길이 뭔지, 경사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끝도 없이 물어봤습니다.
아. 이젠 좀 지치는데 싶을 때면 아이 아빠랑 바통 터치를 했지요.
아이 아빠는 아이가 한글을 떼고 나서도 계속 그림책을 읽어줬어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어내서 들려주는 것도 계속해 줬고요.
뇌가 아주 말랑말랑해서 뭐든지 쪽쪽 흡수하는 단계에 있는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의 수다가 좋은 입력 자료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시기의 아이에게는 발달단계 특성상 아무리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도, 아무리 같은 책을 읽어도 지겨워하지 않거든요.
수다쟁이 엄마 아빠 덕분에, 아이는 모국어에 많이 노출이 되었고. 많이 들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모국어의 음운 체계도, 어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언어학자 크라센에 따르면 입력이 많아야 출력을 할 수 있다고 하거든요. 아이 속으로 들어온 수만 가지 듣기 자료가 아이 문해력의 기초가 되어주는 거지요.
그러니 아이가 같은 책을 계속해서 들고 오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주세요.
같은 이야기 또 지어내서 또 이야기해 달라고 해도 또 해 주세요.
아이가 계속 '왜?' '왜?'라고 물으면 속으로는 귀찮으시더라도 웃으며 대답해 주세요.
반복의 힘을 한 번 믿어보세요.
그리고 말 걸어주세요. 다정하게요.
그 시기가 지나고... 사춘기가 오면.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만..) 엄마 아빠가 아무리 말을 걸고 말을 많이 하고 싶어도 아이는 방문을 꼭 닫고 안 나올지도 모르거든요.
" 이거 읽어줘" " 또 이야기해 줘" " 또 또" 하던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해맑던 표정이. 그리워질 때가 곧 올지도 모릅니다.
수다쟁2의 시기는 아쉽게도 오래가지 않으니...
조금은 귀찮으시더라도 반복의 힘을 한 번 믿어보세요.
엄마 아빠의 따뜻한 표정, 따뜻한 이야기로 소통하며 자란 아이는 따뜻한 문해력을 가진 아이로 자라날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