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문해력
구겨진 안내문 종이, 반쯤 마신 음료수병, 먹다 남은 과자 봉지. 쓰고 바로 제자리에 넣지 않은 뚜껑 열린 사인펜, 끝이 무뎌진 색연필과 연필. 지우개. 각종 문제집과 연습장….
혹시 아이가 이제껏 책상에 앉아 무엇을 했는지 고스란히 알 수 있는 흔적들로 책상 위가 채워져 있지는 않나요?
책상만 그럴까요. 어젯밤 입은 잠옷, 어젯밤 덮고 잔 이불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어질러진 공간은 조금 전까지 아이의 머릿속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이리저리 엉켜있는 지도에서 아이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아이의 시선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맬 것이 분명합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에너지들이 다른 곳으로 흩어지겠지요. 한 페이지도 되지 않은 글을 읽으며 방금 읽은 부분이 어디였는지 놓치기도 하고, 아이의 생각도, 쓰려고 했던 문장도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흩어질 겁니다.
주변이 어지러우면 마음마저 어지러워지기 마련입니다. 호주 시드니 공과대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것에 둘러싸여 있을 때 집중력이 떨어지고 뇌가 느끼는 정신적 부하 역시 커진다고 해요. (2024년 헬스 조선 기사 재인용)
정리 정돈되지 않은 환경은 시각적으로 혼란을 일으켜 주의력을 산만하게 하고 집중력도 떨어뜨립니다. 저 역시 집 안 여기저기가 정리되지 않고 엉켜있을 때, 이유 모를 스트레스가 솟구쳐 오르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머릿속도 더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수선한 집 상태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몸소 체험했지요. 그럴 때 싹~ 정리하고 나면 머릿속도 마음도 다 개운해졌습니다.
정리정돈은 단순히 사물을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보내고 공간을 정리하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리하는 사람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습관입니다.
혹시 정리정돈을 시간 낭비라고 여기며, “너는 네가 해야 할 거 해. 엄마가 치워 줄게.”라고 아이에게 말한 적은 없으신가요? 정리정돈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갖추어야 할 습관입니다.
아이가 자기 방과 책상을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해주세요.
필요한 물건과 필요 없어진 물건을 분류하고, 물건의 쓰임에 따라 무리를 지어 분류하는 작업을 해 봄으로써, 아이는 사물을 분류하는 방법과 우선순위를 정해서 처리하는 법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물건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정한 뒤 사용 후 원래의 자리에 되돌려 놓는 행동을 하며 아이는 모든 사물에는 주소가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지요.
방안의 사물들이 각자 제 주소로 돌아가는 순간, 아이의 마음도 제자리로 차분히 되돌려 놓을 수 있어요. 주변이 정리된 가운데 아이의 생각도, 단어도, 문장도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방을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면 자기 생각도 차분히,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물건이 있었던 위치를 기억하기 위해 집중하고 기억하다 보면 집중력과 관찰력, 기억력도 저절로 따라오게 됩니다.
정리정돈이 아이들의 삶에 스밀 수 있도록 놀이처럼 한 번 같이 시작해 보세요. 사용한 책, 노트, 필통을 순서대로 제자리에 둘 수 있도록 아이에게 “자, 할 일을 열심히 한 친구들이 귀가할 수 있도록 해 주자”며 귀가 게임을 해 보세요.
책상 위의 모습이 얼마나 엉망인지 아이는 미처 모를 수 있으니, 책상 before 사진을 아이와 함께 찍은 뒤, 책상 위의 물건들을 같이 정리해 보세요. 그리고 after 사진을 보여주고, 달라진 점을 아이에게 보여주세요.
주말에는 아이 방에 있는 물건 중에 필요 없어서 버릴 것, 자주 쓰는 것을 아이와 같이 분류해 보세요. 정리정돈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지 않게, 1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해 주세요. 처음엔 부모님이 같이 정리해 주시다가, 점점 아이가 스스로 정리정돈을 할 수 있도록 주도권을 넘겨주세요.
오늘 저녁, 아이와 연필 한 자루부터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아 보세요. 아이의 마음이 자꾸 다른 길로 새지 않게 주소를 찾아주세요. 물건이 돌아오는 그 길을 따라, 아이의 마음과 생각도 모두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