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지금 바로 여기에

나는 작은 행복 수집가

by 생각쟁이

"선생님, 여기요."

중간 놀이 시간이 끝날 때쯤, 우리 반 남자아이들 몇 명이 우르르 몰려와서 작은 꽃다발을 내밉니다.

학교 꽃밭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떨어져 있던 풀이며 꽃들을 주워선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 왔더라고요.

어떤 친구들은 강아지풀로, 어떤 친구들은 꽃 나무 밑에 떨어져 있던 선홍색 꽃잎들로, 또 어떤 친구들은 떨어진 무궁화 꽃 한 송이를 통째로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왔습니다.


아이들 이름은 모자이크 :)

연습장 한 장을 찢어, 야무지게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꽃다발을 들고 다 같이 우르르 몰려와서는 환하게 웃습니다.

꽃을 싼 포장지에는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혹시나 살아 있는 꽃을 꺾어 왔다고 생각할까 봐.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떨어져 있는 꽃들을 모아서 가지고 온 거예요. 꽃 안 꺾었어요."라고 자랑스럽게 덧붙이며 말입니다. 고마워서 코끝이 시큰 거리더군요.

눈시울이 빨개진 절 보며, "선생님 우세요?" 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교실 왼쪽 귀퉁이에 있는 제 책상 뒤편에는 게시판 하나가 있습니다. 그 게시판 아래쪽에는 아이들이 준 편지와 종이접기 선물들로 가득 차 있었지요.

하루는 한 아이가 학 종이로 곱게 하트를 접어서 저에게 줍니다. 자기는 종이접기에 소질이 없다며 속상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하트를 접어오다니요. 장하고 기특한 마음에 고맙다며 책상 뒤편에 붙여 주었습니다. 뿌듯해하던 아이의 표정이 잊히지 않습니다.

또 하루는 '선생님 사랑해요' 하며 한 친구가 카드를 줍니다. 카드를 열어보았더니, 저를 반짝이는 공주님으로 그려 놓았더군요. 책상 뒤편에 나란히 붙여 주었습니다. 또 하루는 한 아이가 '사랑해요' 하트가 가득한 편지를 가져오더군요. 또 한 아이는 자기랑 똑같은 커플 반지라며, 뽑기에서 뽑았다는 반지를 편지에 같이 붙여서 주는 겁니다.

그렇게 제 책상 뒤편은 아이들이 준 편지와 종이접기 선물들로 가득 찼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면 본인이 준 편지와 종이접기 선물들이 잘 있나 확인해 보고, 뿌듯해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던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워 몰래 미소를 짓기도 했지요.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서, 가끔 힘이 들 때면 의자를 뒤로 돌려 앉아 아이들이 만들어 준 하트와 꽃다발을 한참 쳐다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준 편지들도 하나씩 다시 읽어보았지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에너지가 충전되었습니다. 힘든 마음도 금세 사그라들곤 했습니다.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이라는 행복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 디너는 " 행복은 기쁨의 강도(intensity)가 아니라 빈도(frequency)"라고 말했습니다. 인생의 행복은 몇 번의 큰 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소소한 기쁨으로 채워지는 것임을 아이들이 알게 해 주었지요.

-지금 행복해질 너에게 中에서-


스레드에서 '아이들 손편지면 충분해요.'라고 적어놓은 어느 학원 선생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아이들 편지가 떠올라서 잠시 옛 생각에 잠겨 보았습니다.

어디에 아이들 편지들을 찍어놓은 사진이 있을 텐데.. 하고 폰을 뒤적거리다가, 찾았습니다.:)

쉬는 시간에 제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 뿌듯하게 쳐다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TV 모니터에도 어렴풋이 비치네요.


아이들과 함께 한 작은 기쁨의 순간순간들이 모여서, 두고두고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행복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것.

작고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서, 내 행복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

생각쟁2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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