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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아무튼 여름

by 생각쟁이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 보다 더 넓어진다.”



나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름엔 햇빛이 너무 강렬하고 뜨거운 데다 바람까지 없는 날이면 숨이 턱턱 막힌다.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초파리와 모기가 기승인 계절이다. 고층에 오면 덜할까 싶었더니. 착각이었다.



하나둘씩 생기는 아기(아기라 말하기도 싫군) 초파리에 참지 못하고 쿠팡 로켓 배송으로 초파리 싹싹? 을 사뒀다. 그저께 갑자기 등장한 모기에 아이는 10방도 넘게 물려서 또 쿠팡 로켓배송으로 모기패치를 구매했다 (이쯤 되면... 쿠팡 간접 광고가 아닌가 싶지만. 아니다)



덥고 습한 날이 대부분이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여름이 나는 별론데, '아무튼 여름'의 저자는 여름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여름은 담대하고 뜨겁고 즉흥적이고 빠르고 그러면서도 느긋하게 지켜봐 주어' 좋단다. '마냥 아이 같다가도 결국 어른스러운 계절' 이란다.



하긴. 덥고 습하고 모기와 초파리를 제외하면 (근데 이게 정말이지 너무 크잖아;;;) 여름의 녹음은 끝내주게 멋지고, 더위를 식혀주는 바람이 불 때마다 극적인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니 여름이 아주 싫은 건 아니다 싶다. ' 담대하고. 느긋하게 지켜봐 주는지'는 아직 몸소 경험한 바가 없으니, 작가의 말대로 나도 조금은 느긋하고 관대하게. 따스하게 (여름이라 따스하단 단어가 어울리지 않긴 하지만) 여름을 지켜보아야겠다.



그리고. 멋있는 한 구절.



잘 쓰고 싶은데.. 새끼손가락 통증이 심해서 쓸 때마다 글씨가 못 생겨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 보다 더 넓어진다.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내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비엔나소시지처럼 줄줄이, 아니 몇 제곱 수보다 더더 넓어진다. 내 세계는 글 쓰면서 더더더 넓어지고 있다.



첫 글은 치유의 글이었고, 싫은 사람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서 관계로부터 자유롭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관계 보이기 시작했고, 사람이 점점 더 좋아졌다.


나는... 사람이. 관계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 소중히. 더 잘 들여다보고 싶었던 거였다.



글을 쓰면서 세상엔 나와 비슷한 결을 지닌 사람들도 참 많고. 다르지만 닮은, 닮았지만 또 다른 사람들도 참 많다는 것도 알았다.


'언어'를 통해 내 세계가 깊고도 넓어졌다. 문자로 쓰인 것으로만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음성으로 건네는 말 또한 생각과 마음을 깊어지게 해 준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사람도 만나야 한다는 걸 알았다. 언어는 결국 연결됨을 위한 것이니까 말이다.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긴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덧대어지기 시작하더니 하나가 아닌 수십 가지가 이미 차곡차곡 쌓여있다. 내 일상에 밀도가 높아졌다. 납작했던 내 일상이 포동포동 말랑말랑 입체감을 띠게 되었다.


나에겐 글이 그랬다.

쓰다 보니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래서 나, 생각쟁2는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기로 했다.

쓰는 사람 생각쟁2는 오늘도 글을 쓴다.



포동포동 말랑말랑한 마음을 안고.

굿나잇 (굿나잇은 아직 이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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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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