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군분투기가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보고 싶어 브런치를 시작한 것의 연장선이라고 혼자 단정 지으며 '알에서 깨어나기'라는 부제로 종종 남겨보려고 한다.
1. 2020년 커리어 목표
- 5월 중순부터 시작한 인공지능 교육과정이 끝나는 11월까지는 어디에 소속이 되어 풀타임 잡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오랜 기간 가져온 '관심'에서 출발해 발을 들인 공부인데 어느 정도까지 소화를 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끝까지 해봐야 알 것 같다. 인생의 터닝포인트인 지금, 늦게 시작한 이상 중도 포기나 딴마음을 먹을 생각은 없으며 알면 알수록 할게 무궁무진한 분야라 공부하면서 방향 설계도 함께 이뤄질 듯.
- '일'과 '채용'을 다뤘던 시간이 꽤 길었던 만큼 그리고 관심도 많았고. 연장선에서 데이터 분석 영역까지 확장하고 싶다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라 아주 추상적인 단계)에서 시작한 만큼 오픈소스들을 활용한 관심분야 정보 수집과 역량 기르기에 집중해볼 예정.
- 중간중간 이직 타이밍 때마다 갭은 있긴 했지만 처음 사회생활에 발을 들인 게 2010년 하반기니 10년이 흐른 지금 어느 회사 '타이틀'이 주는 그런 기쁨 같은 건 아무 의미 없음을 처절하게 부딪히며 깨달았기에, 내 '경험'과 '콘텐츠'를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반기 동안 계속하면서 사이드로 간간히 할 수 있는 작업들을 그려보는 중. (왜 이런 마음을 먹게 되었는지는 다음번에 정리해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오랜만의 공부, 할만한가.
- 일단 주 5일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풀타임 6개월이란 시간이 딱 시간표에 정해져 있기에, 자칫 멘탈 관리 못하면서 흐트러지기 쉬웠을 귀국 후 라이프지만 직딩 사이클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강제적으로 자기 관리가 이뤄지는 것은 만족스럽다.
- 내 인생에서 프로그래밍이라니. 문과 출신 비전공자로 30대 중반이 될 때까지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던 정말 신세계 영역인데, 2주 만에 자바 기본 개념들을 다 끝내는 동안, 눈과 귀는 정말 흐트러지지 않고 초집중하였으나 귀로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한 것 같아서 지난주까진 아주 걱정이 되긴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생기는 게 파헤쳐보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이론만 외우는데 그치는 공부라면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터.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영역이란 점에 끌려서 좀 더 믿고 가보기로. 프로그래밍을 시작으로 앞으로 수학 통계까지 건드려야 하는데, 이럴 거면 경제학 전공할 때 좀 더 통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둘걸 이란 아쉬움은 지금 와서 해봤자다. 어려워야 더 오기 생긴다.
- 10년 전 딱 이맘때였다. 몽골에서 돌아와 마지막 학기 복학 후 나에게 첫 최종면접 불합격이라는 멘붕을 줬던 곳도 L사 IT계열사의 IT 융합 전문가(?) 포지션이었다. 비전공자를 육성해서 융복합 사업에 시너지를 내겠다는 거였는데 어지간하면 안 떨어진다는 그 낮은 경쟁률의 최종을 떨어지고 난 후에 나는 전혀 다른 세계로 발을 들였고 돌고 돌아 지금이다. 미련이 남아 그해 하반기에도 또 면접까지 같은 포지션으로 갔지만 떨어졌던 기억이 불현듯. 지금도 맨땅에 헤딩이지만 온갖 경험 케이스 부자로 장착된 멘탈과 공부의지가 있다는 게 다른 점이겠다.
- 체력이 문제다. 내용이 어려운 건 둘째 치고,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한다는 게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서인지 아직도 적응 중이다. 오죽했으면 수험생들 공부 어찌하는지 브이로그도 찾아보고 공부 기분 낼 겸 유명하다는 모트모트 플래너 6개월짜리 사서 매일마다 공부시간들 형광펜으로 그어보고 있다. (문구 덕후라 이런 거 엄청 또 좋아함) 정말 이 땅의 고시생들 수험생들 리스펙.
3. 자아 성찰과 자존감 회복기
- 돌이켜보면 지난 8월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정말 스펙터클한 시간을 보냈다.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사람이라면 잰 뭔데 저러냐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도 많았고 멘붕의 사건들 또한 틈틈이 나를 괴롭혀 주었기에. 한국에는 4월 말에 코로나 락다운 멘붕 속 공부 기회를 찾아서 빠른 귀국행을 택한 거지만 사실 이미 나는 지난 10월 말 전전 회사를 퇴사하고 호치민에서 세이 굿바이를 아주 거하게 한 후 한국에서 정착할 심정으로 돌아왔었다.
- 나를 가지고 간을 본 몇 군데 회사와의 말도 안 되는 해프닝들로 다시 베트남 귀국행을 결심하고 그사이 집안일들도 있었고, 12월 면접들을 다시 보면서 구정 직후 호치민 복귀 하고 새직장으로 들어갔는데... 어쩜 타이밍이 그리도 절묘한지 새직장에서 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되어 코로나 비상 체제에 들어갔기에... 전전 회사에서 결핍을 느꼈던 부분을 영국인 디렉터가 정말 잘 서포트해주면서 내 역량을 끌어올려주려고 애썼건만 제대로 일해볼 기회도 없이 3개월 만에 돌아오게 된 건 너무 아쉽다.
- 일련의 과정들을 지나오면서 일은 안 하는데 번아웃이 온 기분이랄까. 그 누구 도움도 없이 외국회사서 진짜 맨땅에 부딪히면서 한국 마켓 혼자 커버했던 지난 몇 년은 지금 생각해도 어찌 쳐냈는지 덕분에 멘털과 스스로의 캐파는 현장에서 키워진 것 같지만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의 특성상 정작 나를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던 듯.
- 때문에 뇌가 흡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다른 세계에 입문해서 공부하고 있는 게 신기하면서도 자존감 회복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도 '라떼' 타령하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하는데도 잘 안되긴 하지만,
쌍팔년도 질문들로 청년들의 날개를 꺾는 갑질은 줄어들길.
(위에서도 밝혔듯이 케이스 부자라ㅎㅎ멘탈형성에 일조한 썰들을 한 번씩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