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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 Jun 08. 2020

모르면 용감하다 - 격리 해제 후 한국 적응기.

알에서 깨어나기

해외 입국자 14일 격리를 끝내고 한국 공기를 마신 지 딱 한 달.

올해 브런치 글 주제의 모토는 커리어 전환과 한국에서 살아남기로 정했기에,

나의 고군분투기가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보고 싶어 브런치를 시작한 것의 연장선이라고 혼자 단정 지으며 '알에서 깨어나기'라는 부제로 종종 남겨보려고 한다.


1. 2020년 커리어 목표


 - 5월 중순부터 시작한 인공지능 교육과정이 끝나는 11월까지는 어디에 소속이 되어 풀타임 잡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오랜 기간 가져온 '관심'에서 출발해 발을 들인 공부인데 어느 정도까지 소화를 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끝까지 해봐야 알 것 같다. 인생의 터닝포인트인 지금, 늦게 시작한 이상 중도 포기나 딴마음을 먹을 생각은 없으며 알면 알수록 할게 무궁무진한 분야라 공부하면서 방향 설계도 함께 이뤄질 듯.


- '일'과 '채용'을 다뤘던 시간이 꽤 길었던 만큼 그리고 관심도 많았고. 연장선에서 데이터 분석 영역까지 확장하고 싶다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라 아주 추상적인 단계)에서 시작한 만큼 오픈소스들을 활용한 관심분야 정보 수집과 역량 기르기에 집중해볼 예정.


- 중간중간 이직 타이밍 때마다 갭은 있긴 했지만 처음 사회생활에 발을 들인 게 2010년 하반기니 10년이 흐른 지금 어느 회사 '타이틀'이 주는 그런 기쁨 같은 건 아무 의미 없음을 처절하게 부딪히며 깨달았기에, 내 '경험'과 '콘텐츠'를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반기 동안 계속하면서 사이드로 간간히 할 수 있는 작업들을 그려보는 중. (왜 이런 마음을 먹게 되었는지는 다음번에 정리해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오랜만의 공부, 할만한가.


- 일단 주 5일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풀타임 6개월이란 시간이 딱 시간표에 정해져 있기에, 자칫 멘탈 관리 못하면서 흐트러지기 쉬웠을 귀국 후 라이프지만 직딩 사이클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강제적으로 자기 관리가 이뤄지는 것은 만족스럽다.


- 내 인생에서 프로그래밍이라니. 문과 출신 비전공자로 30대 중반이 될 때까지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던 정말 신세계 영역인데, 2주 만에 자바 기본 개념들을 다 끝내는 동안, 눈과 귀는 정말 흐트러지지 않고 초집중하였으나 귀로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한 것 같아서 지난주까진 아주 걱정이 되긴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생기는 게 파헤쳐보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이론만 외우는데 그치는 공부라면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터.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영역이란 점에 끌려서 좀 더 믿고 가보기로. 프로그래밍을 시작으로 앞으로 수학 통계까지 건드려야 하는데, 이럴 거면 경제학 전공할 때  좀 더 통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둘걸 이란 아쉬움은 지금 와서 해봤자다. 어려워야 더 오기 생긴다.


- 10년 전 딱 이맘때였다. 몽골에서 돌아와 마지막 학기 복학 후 나에게 첫 최종면접 불합격이라는 멘붕을 줬던 곳도 L사 IT계열사의 IT 융합 전문가(?) 포지션이었다. 비전공자를 육성해서 융복합  사업에 시너지를 내겠다는 거였는데 어지간하면 안 떨어진다는 그 낮은 경쟁률의 최종을 떨어지고 난 후에 나는 전혀 다른 세계로 발을 들였고 돌고 돌아 지금이다. 미련이 남아 그해 하반기에도 또 면접까지 같은 포지션으로 갔지만 떨어졌던 기억이 불현듯. 지금도 맨땅에 헤딩이지만 온갖 경험 케이스 부자로 장착된 멘탈과 공부의지가 있다는 게 다른 점이겠다.


- 체력이 문제다. 내용이 어려운 건 둘째 치고,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한다는 게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서인지 아직도 적응 중이다. 오죽했으면 수험생들 공부 어찌하는지 브이로그도 찾아보고 공부 기분 낼 겸 유명하다는 모트모트 플래너 6개월짜리 사서 매일마다 공부시간들 형광펜으로 그어보고 있다. (문구 덕후라 이런 거 엄청 또 좋아함) 정말 이 땅의 고시생들 수험생들 리스펙.


3. 자아 성찰과 자존감 회복기


- 돌이켜보면 지난 8월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정말 스펙터클한 시간을 보냈다.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사람이라면 잰 뭔데 저러냐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도 많았고 멘붕의 사건들 또한 틈틈이 나를 괴롭혀 주었기에. 한국에는 4월 말에 코로나 락다운 멘붕 속 공부 기회를 찾아서 빠른 귀국행을 택한 거지만 사실 이미 나는 지난 10월 말 전전 회사를 퇴사하고 호치민에서 세이 굿바이를 아주 거하게 한 후 한국에서 정착할 심정으로 돌아왔었다.


- 나를 가지고 간을 본 몇 군데 회사와의 말도 안 되는 해프닝들로 다시 베트남 귀국행을 결심하고 그사이 집안일들도 있었고, 12월 면접들을 다시 보면서 구정 직후 호치민 복귀 하고 새직장으로 들어갔는데... 어쩜 타이밍이 그리도 절묘한지 새직장에서 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되어 코로나 비상 체제에 들어갔기에... 전전 회사에서 결핍을 느꼈던 부분을 영국인 디렉터가 정말 잘 서포트해주면서 내 역량을 끌어올려주려고 애썼건만 제대로 일해볼 기회도 없이 3개월 만에 돌아오게 된 건 너무 아쉽다.


- 일련의 과정들을 지나오면서 일은 안 하는데 번아웃이 온 기분이랄까. 그 누구 도움도 없이 외국회사서 진짜 맨땅에 부딪히면서 한국 마켓 혼자 커버했던 지난 몇 년은 지금 생각해도 어찌 쳐냈는지 덕분에 멘털과 스스로의 캐파는 현장에서 키워진 것 같지만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의 특성상 정작 나를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던 듯.


- 때문에 뇌가 흡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다른 세계에 입문해서 공부하고 있는 게 신기하면서도 자존감 회복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도 '라떼' 타령하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하는데도 잘 안되긴 하지만,

쌍팔년도 질문들로 청년들의 날개를 꺾는 갑질은 줄어들길.

(위에서도 밝혔듯이 케이스 부자라ㅎㅎ멘탈형성에 일조한 썰들을 한 번씩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연과 가까운 고향집이라 주말마다 산책하면서 몸과 정신건강을 함께 챙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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