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th jarrett의 Shenandoah를 치며
다음을 아이들에게 읽어준 후
아이들에게 Keith jarrett의 Shenandoah를 직접 들려주었습니다.
북두칠성은 별들이 흩어져 있는 것인데 거기서 우리 마음은 ‘국자’를 보게 하지요.
우리의 지식은 편집된 것이고, 잘려나간 것들은 망각돼요.
예술가가 하는 일이란 잊혀진 것들을 다시 불러오는 거예요.
새로운 걸 본다는 건 새롭게 편집하는 것이고, 접혀 있던 것들을 펼치는 것 외에 다른 발견은 없어요.
-이성복, 「불화하는 말들」 중에서
흩어져 있는 나의 마음들이 있었습니다.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마음들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늘 찾으려고 했습니다. 정해진 대답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맞는 정해진 대답이.
‘난 음악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고 학교도 좋아하는데 이걸 다 같이 할 수는 없는 건가?’
이 물음에 사람들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음악 교사 하면 되겠네.’
‘지금 그런 걸 생각할 때는 아닌 것 같아. 그럴 시간에 작품 하나라도 더 읽어.’
저는 음악 교사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음악도 하고 싶고 학교에서 아이들과 책도 같이 읽고 싶었습니다. 꼭 한 장면에서 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마음은 그것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었습니다.
재즈는 고유한 멜로디에 살을 붙여가는 음악입니다. 음악의 맨 처음, 주제 선율을 다 같이 연주한 후, 밴드의 각 악기가 주제 선율을 그들이 정한 주제 안에서 자유롭게 해석하며 연주를 합니다. 밴드가 아닌 솔로 연주일 경우, 주제 선율을 연주한 후에 그 선율을 반복하면서 살을 붙여며 연주를 합니다. 재즈는 원래 정해진 악보가 없는데,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같은 음악이 연주되길 원하면 이렇게 좋은 악보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키스 자렛이 편곡한 ‘Shenandoah’의 주제 선율은 총 다섯 번이 나옵니다. 저는 그 다섯 번의 연주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음악도 하고 싶고 학교에서 아이들과 책도 같이 읽고 싶은 나의 이 무너졌던 질문을 어떻게 다시 담아낼 수 있을지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섯 번이나 되묻는 음표들의 질문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합니다.
‘Shenandoah’에서 다섯 번째로 묻는 질문 직전에 그 질문으로 다가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자 사랑하는 표현입니다. 가장 밑의 음이 상행을 하기 때문에 빨라지거나 급해지기 쉬운 부분입니다. 저는 일부러 더 느리게 연주합니다. 묵직한 저음처럼 내 삶을 묵직하게 받쳐주는 나의 경험, 나의 생각, 나의 마음, 나의 존재. 느리게 친다는 것은 저를 이루는 것들을 하나하나 품어주고 안아주고 읽어주느라 느리게 가는 것입니다.
나는 질문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괜찮다고, 잘려나갔거나 접혀 있던 나의 조각들을 ‘국자’ 모양으로 펼쳐 보며 내 자신에게 속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