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늘이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늘. 2022년 ㅇㅇ고 3학년 0반이 우리집과 내가 일했던 카페에 모인 오늘이다.
어제 나는 학교 일을 마치고 막차를 타고 춘천을 갔다. 금요일날 타는 버스와 같은 버스여서 두 번의 금요일을 겪는 것 같았지만 어제는 달랐다.
내가 집에 가 있으면 아이들이 온다.
아이들에게 보여줄 꽃을 고르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한다. 사장님께도 미리 연락을 드려놓는다.
아이들이 집에 오기 전,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제일 좋아하는 디퓨저의 향이 잘 나는지 점검한다. 누군가는 향에 민감하거나 혹시 그 향이 제일 좋아지거나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
내가 그린 그림들을 다시 배치하며 점검한다. 누군가는 그림의 시간에 살고 있거나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꽃도 다시 배치해 본다. 누군가는 내가 자신들을 생각하며 고른 꽃을 보고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도 골라본다. 누군가는 청년피자, 삼첩분식, 내가 만든 파스타와 꼬막비빔밥, 야채 만두를 좋아할 수도 있고, 비건인 친구들도 눈치 안 보고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양이니까.
나의 눈물과 웃음이 가장 많은 이 곳,
내가 일했던 카페에 오늘 아이들이 왔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왔다.
배달 주문 실수가 있었나 보다. 내가 일했을 때처럼 처음 보는 직원 분이 혼나고 계신다. 나는 사장님 옆에서 봄바람과 함께 사과문을 대필해드렸다.(아, 혹시나 해서. 사장님 눈이 안 좋으셔서 내가 눈과 손이 되어드린 거다.) 다시 여기 일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사장님은 이제야 불어터진 라면을 드신다.
지금, 여기. 오늘, 여기.
나는 살아 있고, 존재함을 느낀다.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내가 여기 이곳에 있다.
함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