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꽃과 다 담기지 못한 나무
오일파스텔을 샀습니다.
무엇을 그릴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떠오르는 것을 그렸습니다.
카네이션으로 추정되는 꽃 한 송이(어버이날과 관계 없습니다...)와
화면에 채 차지 못한 나무 한 그루를 그렸습니다.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담담함과 단단함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꽃 한 송이도, 나무 한 그루도 가냘퍼 보이거나 이리저리 흔들릴 것 같아보이진 않습니다.
요즘의 나의 담담함과 단단함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언제나 그렇듯, 나를 흔드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흔드는 것이라 함은,
나의 마음과 그에 따라 나오는 나의 모든 말과 글, 행위들이 제대로 읽히지 않을 때입니다.
생각과 행위의 의미가 공중으로 흩어지게 만드는 세상의 수고로움이 나를 흔듭니다.
아프고 괴롭습니다.
나의 마음의 중심을 찾습니다.
세상의 수고로움보다 내 흩어진 마음, 분주한 마음들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누구도 해하지 못할 나의 정수를 깊이 들여다 봅니다.
그렇게 돌아보고 들여다 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 보입니다.
자연.
꽃과 나무.
붉은 나의 마음과,
화면에 채 담기지 못하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나의 온전한 의미가 다 읽히지 못하더라도 나무는 나무라는 것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프로필 대문에도 썼듯이
삶의 고통과 불행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그런 마음으로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