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구나' 권법보다 '감. 사. 해 대화법'
배우 소유진 씨가 한 방송에 나와 오은영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그랬구나'라는 말을 남편에게 먼저 내뱉으며 부부관계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소유진 씨는 남편이 콩나물이 있는데 왜 또 샀냐고 묻자 "몰랐다. 몰라서 샀다 왜?"라고 말했단다.
남편이 콩나물을 왜 또 산건지가 정말 궁금해서가 아닌 콩나물이 있는데도 확인하지 않고 산 아내를 비판하는 말이라 말투도 좋지 않았을 것이고 그 말에 아내도 좋은 말이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소유진 씨는 오은영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아, 그랬구나. 콩나물이 있는데 내가 또 샀구나"며 '그랬구나'라는 말을 먼저 내뱉었다고 한다. 지난 일까지 소환하면서 혼내는 듯 남편이 말하면 어깨가 처지곤 했는데 그렇게 말을 바꿨더니 남편이 "그려" 하고 말을 바로 끝내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랬구나'라는 말로 시작하는 대화법이 정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먼저 상대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표현으로 오은영선생님 덕분에 거의 전 국민 유행어가 될 정도로 좋은 대화법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것이 서툴었던 우리 남편과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공감의 표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그랬구나'라는 말을 사용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했다.
남편은 자신은 누군가에게 서운하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 내가 어떤 상황에서 남편의 행동에 서운하다고 말하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자신의 감정과 이해가 기준이 아닌 상대의 감정을 이해해 보려는 마음을 가져보자며 권한 말이었다. 언제나 날 위해 노력해 주는 착한 남편은 그것을 '그랬구나 권법'이라고 칭했다. 내가 기분이 상했다고 표현하면 "엇. 그랬구나 권법을 쓸 차례네. 그랬구나~ 블라블라" 정말 마음을 알아주려는 말인 듯한데 왠지 모르게 그 말 AI처럼 들렸다.
소통대화법을 전문으로 강의하던 나로서는 그 말을 직접 들어보니 그다지 좋은 방법 같지가 않았다. 일단은 나도 남편도 평소에 '그랬구나'라는 말 자체를 잘 쓰지 않아 말을 할 때도 들을 때도 어색했다. 그래서 그 말을 먼저 들어도 뭔가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랬구나'를 사용하라는 것은 꼭 그 말을 사용하라고 하기보다는 상대의 마음, 감정을 헤아린다는 표현을 하라는 것을 놓친 채 그저 AI처럼만 말하고 있지 않았을까.
<이혼숙려캠프-새로고침> 프로그램에 출연한 급발진부부.
아내가 '힘들다'는 말을 하지만 공감이 없는 남편에게 아내는 서운해한다. 남편은 컴퓨터공학과를 나왔는데 입력값을 주면 그대로 반영하는 것처럼 자신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인데 대체 아내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남편은 노력한다.
아내에게 "이래서 이러는 거야?"의 여러 다른 질문을 해보지만 아내는 아니라고만 한다. 남편은 이런 아내가 어떤 마음을 공감해 주기를 원하는지 알지 못해 답답해하며 결국 급발진해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한다.
연예인 게스트들은 남편의 문제행동만을 꼬집었는데 나는 남편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제대로 나의 감정을 인식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 건지 명확하게 상대배우자에게 알려줘야지,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이고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남편이 '내 마음을 알아서 맞춰보세요'라는 듯 퀴즈를 내서는 안된다.
아내는 끝까지 자신이 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지 무엇이 힘든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내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느껴졌다. 한 가지 더 안타까운 것은 남편이 왜 화를 내는지를 아내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나의 마음을 공감받길 원한다면 상대의 마음도 더 들여다보고 먼저 다독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상대에게 공감을 바란다면 자신의 마음을 돌려 이야기하지 말고 제대로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먼저 꼬집고 싶다. 무엇 때문에 감정이 상했는지 상황을 설명하고 느낀 감정은 속상한지, 화가 났는지, 억울했는지 제대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명확하게! 이야기하자. 알아서 알아주길 바란다? 그건 신도 모른다. 급발진 부부의 남편은 아내가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공감을 노력한다.
"(AI로봇처럼) 많이 힘들었겠구나.
네가 원하는 게 뭐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형식상 하는 'AI 그랬구나 권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랬구나'의 진짜 숨은 뜻을 잘 설명해 주기 위해 '감. 사. 해 .대화법'을 또 만들었다.
(상대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짧은 단어로 표현하거나 상대가 드러낸 감정의 단어를 먼저 내뱉는다.
"당신이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내가 먹을 것을 통제하고 자꾸 잔소리를 해서 많이 힘들었지?
(아내는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고 그 사건의 원인을 파악해서 마음을 헤아려주고 짚어준다)
나한테는 당신의 건강이 먼저다 보니,
당신을 위한다고 생각해서 행동했던 것이 당신을 힘들게 할 줄 몰랐어.
당신을 내가 힘들게 해서 정말 미안해.
(앞에서 배운 인정과 사과)
그러면(THEN) 1주일 중에 5일은 건강에 좋은 음식들 위주로 먹되,
주말은 우리 휴일이기도 하니까 신나게 먹고 싶은 것 먹으면서
이틀 동안 자유롭게 지내는 것은 어때?
(해결방법과 물음표 화법)
다음의 예시상황에서도 '감. 사. 해. 대화법'을 활용해 보자.
상황) 아내가 연락 없이 밤 12시가 넘어서야 들어왔다.
남편: 너는 지금 시간이 몇 시야? 너는 지금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너는 연락도 없이 이렇게 늦게 들어오면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걱정 안 해?
너 어디서 뭐 하다 이제 들어온 거야? 너 바람피우니?
자, 이 상황에서 '감. 사. 해. 대화법'에 앞서 남편의 말 꼬라지부터 먼저 고쳐놓겠다.
위에서 남편은 여러분도 한 번은 들어봤을 'You-Message'를 사용하고 있다. '너는'이라는 말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기보다 '나는'이라는 'I-Message'를 사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너'를 이야기하면 상대의 행동에 대한 질책과 비난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대의 행동에 대한 질책과 비난이 아닌 상대의 행동에 대해 내가 느낀 감정을 말하는 것이 갈등상황을 현명하게 이겨내는 데에 가장 좋은 대화방법이다. 또 "콩나물이 있는데 왜 또 샀어?", "지금 시간이 몇 시야?"라는 말은 언뜻 말 뒤에 물음표가 붙기 때문에 앞서 내가 강조했던 물음표화법이라며 사용해도 되는 것 아니냐며 우겨댈지도 모르겠으나 상대를 비난하고 비꼬는 말이지, 상대가 결정할 수 있는 배려의 말이 아니다. 아무리 물음표로 물었더라도 몰라서, 궁금해서도 묻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표현을 목적으로 한 것이기에 목적에 따라서는 좋지 못한 표현이 되니 주의하자.
'너 바람피우니?'라는 말처럼 증거가 없는 이야기로 의심의 말을 하며 상대의 감정을 여기저기 다 쑤셔놓으면 아무리 여러 대화법을 익히고 노력하려고 해도 아미그달라를 켜며 좋지 않은 말로 되갚게 될 수밖에 없다. 또 자신이 늦게 들어온 건 미안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게 딘다.
남편: 여보, 당신이 연락 없이 이렇게 늦게 들어와서(상대 행동)
내가 정말 걱정했어. 자꾸 연락이 안 되니까 처음에는 걱정되다가 점점 화가 나더라.(나의 감정)
라고 나의 감정의 원인을 말해주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를 말해주면 상대가 나를 더 이해하기 쉽다. 자, 이제는 연락 없이 늦은 아내가 '감. 사. 해. 대화법'을 쓸 차례다.
아내: 당신 말이 맞아.(마음의 코팅 싸악!)
당신이 화가 나는 건 당연해.(감정인정)
연락도 없이 이렇게 늦어서 미안해.
기다리는 사람도 생각했어야 하는데 걱정 끼쳐서 정말 미안해.
(사건원인에 대한 빠른 인정과 사과)
앞으로는 늦으면 늦는다고 미리 연락할게.
그리고 다음에는 이렇게는 많이 늦지 않도록 노력할게.
우리 귀가시간을 서로 정하면 어떨까?
(해결방법, 물음표화법)
이렇게 말하면 남편이
"그래 알았어. 다음부터는 진짜 늦지 마",
"앞으로는 꼭 연락을 미리 해줬으면 좋겠어"
라는 좋은(?) 말이 나올 것이다. 아무리 억울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일단 남편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해결방법까지 제안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앞서 배운 모든 대화법들의 권법을 쓴 후에 천천히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사실 이런 경우에는 남편에게 제대로 늦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면 의심의 씨앗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에 왜 늦을 수밖에 없었는지 말하는 것이 좋다.
아내: 혹시 내가 왜 늦을 수밖에 없었는지 들어줄 수 있어?(물음표화법)
남편: 응. 말해봐
아내: 택시를 탔는데 핸드폰을 잃어버린 걸 뒤늦게 알았지 뭐야. 바로 택시에서 내려서 내가
갔던 곳을 모두 뒤져봤는데도 없고 너무 당황해서 당신한테 먼저 연락할 생각을 못했어.
결국 몇 시간을 헤맸는데도 못 찾고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집으로 왔어.
나 핸드폰 잃어버렸어. 어떻게 하지?(이건 물음표 화법이 아님) 하하.
남편: 지금 웃음이 나와? 어디다 정신을 두고 다니......(땡!)
당신도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정말 당황하고 속상했겠다.
(감정인정, 사건파악)
당신 집에 오자마자 나까지 화를 내서 당신 마음이 많이 불편했겠네.
(말하지 않은 감정까지 인식하고 감정인정)
핸드폰은 다시 사면되지!
요즘 같이 무서운 세상에 당신이 안전하게 집으로 잘 왔으면 됐어.
당장 분실신고부터 하는 게 어때? (해결방법, 물음표화법)
이 대화에서도 핸드폰을 이미 잃어버려서 어쩔 수 없는 일을 두고 계속 비난과 질책을 해봤자 갈등만 생길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으르렁은 당장에 올라올 수 있겠지만 우리는 으르렁 버튼 OFF방법도 앞서 잘 익혔다. 당장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부정적인 그 감정에서 빨리 나오는 방법이기도 하다.
자녀: 오늘 저 친구들이랑 다퉈서 기분이 안 좋아요
부모: 네 나이 때는 친구들이 전부인데 그런 친구랑 다퉈서 진짜 기분이 안 좋겠다
(감정인정)
혹시 어떤 일로 친구랑 다퉜는지 물어도 될까?
(물음표화법, 사건원인 파악을 위한 질문)
자녀: 제가 친구 물건을 찾아준 건데 제가 가져간 걸로 오해하고 화부터 내는 거예요~
부모: 어머. 진짜 억울했겠다.
우리 딸이 이렇게 착한 마음으로 한 일을, (사건인식)
그 가시나 못 쓰겠네.
오해하기 전에 먼저 물었어야지.
(감정인정, 공감의 표현)
그래서 어떻게 됐어? (관심표현)
자녀: 오해한 걸 알면서도 사과를 안 하길래
저도 기분이 나빠서 더는 말 안 했어요.
부모: 잘했다. 너도 감정이 쉽게 가라앉을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아.
엄마라도 기분이 나빠서 사과를 해도 바로 받아주기는 어려웠을 거야.
엄마가 늘 말했듯 사과는 어려운 거야. 친구도 자신의 잘못은 분명 알고 있을 텐데
자존심도 있고 그러다보니 사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친구가 용기 낼 수 있을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 보는 건 어때?
(해결방법-경청, 공감, 리액션, 물음표화법)
'가시나'라는 표현이 다소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자녀의 특성마다 다르다. 우리 딸은 부모가 자신의 편을 100퍼센트 들어주고 있다, 끝까지 공감해 준다는 것을 더 원한다고 했다. 한 번은 이렇게 같이 욕 비슷하게 섞어서 말해주는 게 어른으로서 보이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냐는 말에 딸은 오히려 속이 시원하고 자신의 마음을 더 알아주며 편을 들어주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 딸이 나에게 친구와의 일을 말한 건 내게 어떤 조언을 구하기 위함이 아닌 자신의 편이 되어주며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경청해 주길 더 원한다는 것을 안 이후 나는 '못된 카시나'로 함께 으르렁(?)해준다. 이제 친구와의 관계문제는 자녀의 몫이다. 어떻게 관계를 회복해야 할지를 직접 내게 묻고 조언을 구하지 않는 한 공감, 딱 거기까지만 하자.
"그랬구나 친구가 오해해서 속상했구나"라는 AI 같은 말보다는 진짜 공감을 위해 "감. 사. 해. 대화법"을 활용하고 이전에 배운 '마음의 코팅 싸악 권법', '결혼 짧아 권법', 'Y.E.S.-TEHN-? 권법'등을 모두 동원해 말 꼬라지를 지금부터 바꾸고 습관을 들여보자. 분명 부부관계는 물론 모든 인간관계가 회복되는 신호를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피아노 제작자 칼 베히슈타인(Carl Bechstein)은
"저녁 무렵,
자연스럽게 가정을 생각하는 사람은
가정의 행복을 맛보고
인생의 햇볕을 쬐는 사람이다.
그는 그 빛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라고 했다. 오늘 저녁 회사와 학교에서 전쟁을 치른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가정을 먼저 생각하며 휴식, 치유, 회복의 안전기지로 돌아와 행복을 맛보고 따뜻한 햇볕으로 아름다운 인생의 꽃길을 함께 걷도록 '감. 사. 해. 대화법'과 함께 '감사해 하는 마음'을 서로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