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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helger Sep 08. 2016

대성당은 레고 블록

트리어 2. - 유럽 성당 구경법

0.

루치아 할머니에게 거의 '그리스 로마 신화'같은 이야기


나의 할머니는 트리어에 한 번도 와 보신 적이 없다. 한복 입은 동양인이 독일분에게 트리어 도시 이야기를 해 드리니 이야기만큼이나 사방에서 쏠리는 관심에 재미있어하신다. 앞서 트리어 1. 에서 트리어 광장에서 벌어졌던 주교 측과 시민 측과의 세력 경쟁이 어떻게 건축에서 나타나고 있는지 설명해 드렸고, 이젠 놀멍 쉬멍 걸으멍 바로 옆의 대성당 앞으로 향한다. 성당구경하는 날!


장난치며 쉬며 ~


트리어 대성당 구경법


1.

트리어 대성당의 탑 높이에 숨겨진 비밀 찾기!


유럽여행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건물이 성당, 교회, 그리고 박물관이다. 서둘러 1박 하고 지나가는 유럽도시에서 성당과 교회건물은 어디서나 비슷비슷하게(?) 멋진(!) 건물로만 보이겠지만, 마치 레고 블록처럼 수천 년 동안 시대를 풍미했던 건축 양식이 쌓이고, 목적에 따라 다시 헐리고 또다시 다른 건물이 옆에 자리 잡은 이 트리어 대성당만큼은 뭔가 다른, 마치 살아 꿈틀거리는 전설 속 생명체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트리어 대성당만큼은 한국어로 된 '성당 구경 설명서'가 꼭 필요할지도 모른다.


시민의 교회보다 대성당의 높이가 낮을 수는 없다!


트리어 대성당 바로 옆으로 연결되어 있는 '립프라우엔 교회 Liebfrauen Kirche'을 잠시 접어두고 대성당만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높이가 서로 다른 두 첨탑이다. 시민 측에서 세운 교회가 대성당의 교회보다 높아지자 주교 측은 한쪽의 성탑을 '성 강골프 교회' 보더 더 높게 쌓아 올린 것이다. 1512년! 광장에서 두 건물을 쳐다보니 예술로 치른 전쟁만큼 멋진 전쟁은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트리어 대성당과 리프라우엔 교회 (Die Hohe Domkirche St. Peter zu Trier, Liebfrauen Kirche)


2

거대한 돌기둥이 왜 여기 있을까?

특이한 점  찾기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4 미터나 되는 거대한 검은 돌기둥이 하나 널브러져 있다. '대성당 돌  Domstein'이다. 아이들이 즐겨 올라가서 놀고, 어른들도 즐겨 걸터앉는 곳, 이 사진에서 오른쪽 현관 쪽을 자세히 보면 그 돌조각을 볼 수 있다. 전설에 따르면 대성당을 지탱하는 4개의 거대한 돌기둥은 오덴발트에서 가져오는데 저 길이, 저 무게를 이렇게 멀리까지 운반할 수단이 없었기에 사람들은 악마를 부르기로 했단다. 거대한 시장을 지을 건데 아마 돈벌이도 잘되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면 악마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이 말에 '혹'한 악마는 흔쾌히 4개의 거대한 돌기둥을 오덴숲에서 트리어로 운반해 왔다. 5번째 기둥을 옮겨오고 있을 때 악마는 기둥을 세워 놓을 곳에서 성당의 종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었다. 그 순간 이 기둥으로 성당을 짓는 것임을 알아챈 악마는 분개하여 "에잇! 성당숴버리겠어!!!"하며 기둥을 지상으로 내던졌다. 다행히도 성당은 무사했고, 그 악마가 던진 기둥이 여기 이렇게 널브러져 있는 기둥이라며......................... 이 나라에도 이런 전설따라 삼천리가 있을 줄이야....


정면에서 본 대성당의 두 첨탑, 그리고 4미터짜리  돌기둥


3. 다양한 건축양식이 비밤밥처럼~

숨은 그림 찾아보기


대성당을 복원할 때 트리어는 한 가지 양식이 아니라 시대마다 그 시대의 양식으로 지어졌던 대성당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성당의 초석이 닦인 해가 340년이니 건물 전면에 보이는 양식은 '로마양식'이다. 둥근 아치 형태의 문과 그 문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넓은 창문 등, 그 후 '고딕 양식'으로 성당이 증축되며 하늘로 향하는 세 개의 방주 모양의 건물구조가 들어섰고, 넓은 창문은 이때 벽돌을 쌓아 그 폭을 좁혔다. 도서관이 있었던 지하 부분은 '로마네스크' 앙식으로 증축되었고, 또 다시 증축된 성당 뒷부분은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앞에서부터 로마양식,

로마네스크 양식을 잘 볼 수 있는 대성당 왼쪽의 벽면은 그야말로 화려한 건축양식의 교과서다.



17세기 바로크 양식의 창문틀!


트리어는 교황 방문을 기회로 좀 더 장엄하고 시대에 어울리는 성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 뒤편을 허물고 17세기에 어울리는 바로크 스타일로 건물을 증축했다. 창문틀을 휘감고 있는 꽃잎들은 바로크 양식에서 전형적인 데코 스타일이다. 대성당이 이 변화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방향으로 복원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4. 유럽의 대성당에는 보물이 있다

이젠 건물 내부를 볼 차례~


건물 내부에는 과거 로마네스트 양식의 기둥이 있었던 흔적을 그대로 남겨놓았다. 바로 저것! 저 곳에 기둥이 있었던 자리!



원래 기둥은 이오니아식, 이오네스크식, 코린트식의 장식을 했으나, 인간의 머리를 대신 올린 양식으로도 대성당의 기둥을 세운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성당 벽을 복원하면서 그 흔적을 저렇게 구멍 속에 남겨놓았다.  "대성당의 유령 Domgeist" 라고 불리는 저 사람머리 대리석을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을 듯~



트리어 대성당이 유명한 또다른 이유는 건축형식뿐만 아니라 대성당의 위용에 어울리는 보물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저 앞에 보이는 저 제단 속에 '그것' 이 있다


트리어 대성당 내부의 모습

저 제단 안쪽으로는 또 하나의 건물이 있는데 트리어 대성당이 간직하고 있는 '성물'이 바로 이 공간에 보관되고 있다. 해마다 수천 명의 순례자들이 찾기도 하는 이 성물을 위한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입체적이고 신비로운 빛이 충만한 곳



이 특별한 제단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여 밖에서 이 곳을 찍어보았더니 세 개의 아치형 장식 창문 뒤로 첨탑에 붙어 있는 작은 오각형의 건물, 바로 그곳 안이었다.

성스러운 유물이 보관되어 있는 곳

대성당의 제단에서 바라본 뒤쪽 모습!

20세기에 들어와 트리어는 2차 세계대전 때 망가진 성당을 어느 시대를 컨셉으로 재건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한다. 빛이 찬란하게 들어오는 로마네스크 양식도 있고, 고딕 양식도 남아있고 이 둥근 돔처럼 바로크 양식도 있기에! 트리어는 대성당이 증축되고 변화해온 모습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아무 채색도 하지 않은.... 사실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사용한 그 화려한 색감과 벽장식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나 - 어느 건축양식에도 속하지 않는... 우리가 '유럽 성당'에 갖고 있는 이미지에 충실한 참 중립적인 형태이다. 익숙한 콘크리트 색감, 무채색,... 그러나 자세히 볼수록 새로 바른 석고벽 한 면에 남겨둔 역사의 흔적은 언제나 찾을 수 있다.


교회 안쪽은 교희마당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역대 왕과 왕비, 주교의 무덤이 있는 곳이며 대성당과 립프라우엔 교회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der Kreuzgang
그러나 성당 안에서도 볼 수 없는 것!


트리어의 보물은 예수님이 입으셨다는 가운이다. 물론 후세에 와서 그 진위가 밝혀져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하기는 했으나 성물에 대한 집착이 유달랐던 시기에 성물 조작 사건은 비일비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성물의 진위를 떠나서 그 시대의 이야기와 가치가 간직된 하나의 시대적 유품으로서도 이 성물의 의미는 찾을 수 있으니 그런 의미를 공개하고 재해석하는 트리어의 자세도 좋아보인다


'성스러운 치마 '를 실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사진 왼 편에 보이는 것이 바로 그 성상이다.


역대 주교들이 남긴 화려하고 섬세한 보석들,



이 특이한 족적은 트리어 황제온천에서 현대적 버전으로 다시 볼 수 있다.



5.

사랑스러운 여인의 교회에선  이것에 주목!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교회 중 하나이며

대성당 바로 옆에 있어 눈길을 끄는 립프라우엔 교회! 이 교회의 외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 바로 성문 옆에 세워 놓은 6개의 조각상이다.

왼쪽과 오른쪽에 아담과 이브가 제일 앞 쪽에 서 있고, 사람도 낚는 어부가 되라는 베드로는 물고기를 잡고 있는 형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가장 이상해 보여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가장 오른쪽 앞의 여인! 이 여인은 유대교를 상징한다. 거의 떨어질 것 같은 왕관, 눈은 이미 베일로 가려져 앞을 보지 못하며 손에 든 봉은 꺾여져 있다. 유대교에 대한 경고이며 상징적인 처단의 몸짓으로 해석할 수 있다.



6.

립프라우엔 교회의 내부


고딕 양식이 이렇게나 아름다왔던가.....

절제된 색감, 높게 솟은 기둥들, 높게 높게 솟은 저 높이 때문인지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교회음악이 점점 증폭되고 확장되어 마치 천국에라도 닿을 듯~~





글그림 모두 Arhel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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