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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helger Sep 11. 2016

트리어의 콘스탄틴 황제

트리어 3. -  바실리카, 황제의 온천, 원형경기장

0.

상상마당


한번 이런 여행을 상상해보자! 시간을 거슬러 서로마의 콘스탄틴 황제를 알현한다. 난 억울한 일을 당했고, 하소연할 곳이 없고, 서럽고 목마르다. 어디에다 호소할까..... 황제는 지금 어디 계실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역사가 오래된 도시는 해리포터처럼 쑥 시간을 비집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저 옛날의 꼬물꼬물 한 흔적들이 참 많다. 내 호소를 받아줄 '콘스탄틴 바질리카' 도 있고, 황제가 지금 있을 것만 같은 '황제의 온천'도 지척이며...'원형경기장'에선 지금이라도 정 중앙에 선 가수의 노랫소리가 내 고막을 울릴 것만 같다. 오늘은 이런 여행을 할 것이다. 내 상상과 현실이 부딪혀 섬광처럼 과거로 돌아가는 문이 열리는 경험을~


1.

콘스탄틴 바질리카

황제에게 청을 올리기도 전에 그 위용에 질식할 것만 같은...


트리어 대성당에서 좀 걸어가면 바질리카와 레지덴츠 건물을 볼 수 있다. 바질리카는 콘스탄틴 황제 때 세워졌다. 원래 콘스탄틴 황제는 서자였고, 권좌에 오르기 위해 그 당시 힘이 커지던 기독교도가 필요했던 것! 기독교를 인정한 배경은 지극히 세속적이었으나 그 파급은 어마어마했다. 땅덩어리가 넓어 로마는 서로마제국과 동로마제국으로 나뉘었는데, 트리어는 서로마제국의 황제가 머물며 통치한 레지덴츠 중 한 곳이었다. 콘스탄틴 바질리카는 원래 청원을 하는 사람을 맞이하는 곳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크게 지었다. 한 번 상상해보자, 창문을 향해 들어오는 찬란한 빛으로 가득 찬 '황제의 홀 Thronsaal'에 들어서서..... 저 멀리 황금빛 옷을 입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황제에게 가는 길을......


아름다운 로마네스크 양식의 천정이 돋보이는 트리어 콘스탄틴 바질리카

 

고딕 양식의 건물 틀로 복원된 지금의 트리어 대성당이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증축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려면 바로 이 바질리카의 천정을 상상해보면 된다. 벽도 지금은 무채색의 회벽 색이지만 원래는 굉장히 다채로운 색으로 화려하게 채색되어있었고, 수많은 석고상이 세워져 있었다.


이곳의 다른 쪽 벽은 다 수선되었지만, 한쪽 벽은 옛 모습대로 있는데 거기에 뚫린 벽의 구멍들이 정말 흥미롭다. 이 구멍들은 벽에 석고상을 세우기 위해 철심을 박아놓은 흔적인데, 옛날에 배고픈 백성들이 약탈 기회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그 기회를 이용해 이곳의 대리석이나 상들을 떼어내어 녹여서 석고로 만들어 팔았치웠다. 뭐 조그만 것 하나라도 남겨두지...... 바질리카는 그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방향으로 복원되는데 매끈한 벽면을 보여주는 대성당과 약간 복원 방향이 달라 보인다.  나중에 이 도시에 신교 교회가 없어서 교회로 바뀌어 오늘날도 신교 교회로 활용되고 있다.


벽에 뚫린 수많은 구멍들은 석고상 부착을 위해 철심을 박았던 흔적이다.


조그만 도시 트리어,... 대성당에서 타박타박 한 10분쯤? 걸으면 나오는 바질리카, 바로 그 뒤의 레지덴츠,

저 붉은 벽돌 건물이 '콘스탄틴 바질리카' 그 앞에 바로 레지덴츠가 있다. 바로크 건축의 대칭구조에 어긋나는 한쪽 건물의 길이... 레지덴츠의 원형복원은 아직 요원한 희망...



2. 황제의 온천


바로크 정원을 지나면 바로 이 '황제의 온천 Kaiserthermen'! 이것도 콘스탄틴 황제 때 세워졌다. 로마인들이 목욕을 하기 위한 목욕시설로 아마도 냉탕, 중간탕, 온탕으로 나뉘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뜨거운 온천이 없었기에 물을 석탄으로 때워 데웠고 그래서 온탕이 훨씬 적다고 한다. 황제의 온천은 사교와 친분모임 장소의 성격이 강했을 것이다. 그런데....내가 만약 갑자기 시공간을 비집고 현대에서 뚝 떨어진 곳이 황제의 온천이라면?...황제의 온천에서 유럽사극의 콘덴츠를 상상하다니.....

 

황제의 온천에 남은 외곽벽, 한 쪽은 보수중

지하 배수구도 어머어마한 구조다. 축구장 하나 정도의 규모랄까!


지하배수로,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가 흘러~


3.

원형경기장과 포도밭


조그만 트리어에서 나름 한참(?)을 걸어야 한다. 한 30분쯤? 황제의 온천을 나와 유적지보다 흔하디 흔한 그라피티로 도배된 지하보도를 건너면, 독일의 전형적인 집들도 지나고 산으로 타박타박 올라가다 보면 바로 이 원형경기장이 보인다. 늘 신기하고 이날도 신기했던 것은 그 음향! 정 가운데 서면 그 목소리가 한없이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과거의 원형경기장과 현재의 포도밭이 연두색 빛을 띄며 같이 존재하니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구분이 무색해보인다.



원형경기장은 로마식 도시 건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요소다. 이 트리어 도시의 시작은 성벽을 둘러싼 네 개의 문, 트리어에 남은 '포르타 네그라', 그리고 포르타 네그라에서 직진으로 이어지는 도시 안의 구조, 그 한가운데 트리어 대성당과, 부속건물로 '콘스탄틴 바질리카'와 '레지덴츠'가 있다. 그 앞으로는 황제의 온천을 비롯한 온천시설이 위치하고 대단원의 막은 유흥의 절정을 체험할 수 있는 '원형경기장'이 도시 성벽의 맨 끝에 위치한다.

트리어.... 독일인들의 경주, 레고 블록 같은 대성당 축조의 역사, 말로만 듣던, 역사책 속에서 어렴풋이 들어봤던 서로마 황제 콘스탄틴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 이 곳은 독일인들에게 신성로마제국을 계승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그들의 뿌리가 저 북쪽의 게르만과 서쪽의 로마임을 인식시킨다. 유럽 문학의 핵심이 왜 '그리스, 로마 신화'와 '구약성서' 인지를 트리어가 보여주는 듯.


참 잘했다. 이곳에 오길,

참 좋다. 이곳에 와서 많이 많이 알아가서~

독일은 소시지와 맥주 말고도.... 문화적 깊이가 알아갈 수록 깊은 나라!

맨발로 걸어보는 황제의 정원

맨발로 걸어보는 황제의 정원....


글 그림 모두 Arhel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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