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어 4. - 문신샵, 마르크스 생가, 1900년 카페, 뒷골목 이야기
0.
뢰머 다리 가는 길, 낮에~
중심가만 살짝 벗어나면 벌써 사람 살아가는 냄새가 난다. 그것도 진하게~ 집값이 싼 지역에는 외국인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낯선 간판이 들어서고, 좀 더 외진 곳에는 문신 샵을 비롯해 밤의 상점이 들어선다. 신기하게도 유명한 '로마인의 다리 Roemerbruecke'가는 길이 그렇다. 낮에 가면 정말 한적하지만 어두워지면 본격적으로 뭔가 복작일듯 한 곳, 이곳으로 가는 길의 흔적을 담아본다.
1.
칼 마르크스가 태어난 도시 트리어!
트리어에서 9개의 문화유산만 볼 것인가! 로마에서는 골목을 돌다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 '카라바지오'이듯, 여기서는 조밀조밀 세계문화유산이 지천이다. 그러나 트리어에는 중국 관광객을 을 마치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마법 같은 인물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바로 이 건물!, Karl Marx의 생가가 시내 중심가에서 한 3분 거리 떨어진 뢰머 다리 Roemerbruecke로 가는 길에 있다. 갑자기 이 건물 앞이 시끌벅적하여 보니 중국 단체여행객들이 끝도 없이 밀려온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임을 갑자기 되새기게 된 이 날의 이 건물 앞! 참 희한한 일이다. 그 많고 많은 세계문화유산 앞에는 중국인의 흔적이 전혀 없다. 여기서 머무는 3일 동안 단 한 번도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깃발이나 가이드를 문화유산 앞에서 본 적이 없으니 먼 나라 이웃나라의 트리어 방문 목적은 바로 이 칼 마르크스 생가인 모양이다. 다른 관심, 다른 관점의 여행....
* 번외 편
한복 디자이너는 물론 옷에 시선을 많이 둔다. 이것은 뢰머 다리 가는 길에 내 눈에 들어온 것! 독일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쇼윈도에 전시된 독일어권 남부, 즉 바이에른 주, 스위스 북부, 오스트리아 쪽의 전통복식인 '디른들 Dirndl'이다. 한국의 한복만큼이나 길이와 소재에서 변화가 심하고 유행도 탄다.
'디른들'은 쓰리피스 구성이다. 짧은 하얀 블라우스, 원피스, 그 위에 앞치마. 하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노출은 심해지고 치마는 짧아지고 소재는 얇아진다. 왼쪽이 점잖은 버전이라면 오른쪽은 발랄한 10대나 20대의 버전이다. 디른들의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올해 한복계를 강타한 레이스 버전의 디른들도 있는 것을 보니 올해 전 세계적으로 레이스 광풍이 불어나 보다...
왼쪽; 화려한 금색 레이스 앞치마를 입은 디른들 마네킹/ 오른쪽: 웨딩용 레이스로 만든 나의 흰 저고리
2.
문신샵
문신을 이렇게 귀엽게 해 놓으면 어쩌라고....
요즘 한국 연예인들의 문신이 심심찮게 보이는데, 길거리에서도 한 두 개가 아닌 팔 전체에 색 문신을 한 남자들이 자주 보인다. 이 샵만 해도 귀요미 버전이나 상당히 센!!! 문신 집도 여러 군데 된다. 이런 쇼윈도 장식이면 10대도 주저 없이 들어갈 듯~
3.
뢰머 다리 Roemerbruecke
정말 관광객 한 명 없던, 한적하다 못해 스산했던 이 다리, 로마인이 만들었다는 표식 말고는 그냥 생활도로로 쓰이는 것 같은 다리, 그러나 이 다리에서 바라본 풍광은 한 폭의 수채화.
4.
스타벅스 말고 이 카페!
1900년도에 시작되었다는 트리어의 유서 깊은 카페.
독일 카페에는 늘 신문이 걸려있다. 신문을 잡고 커피와 큼지막한 케이크 한 조각을 시킨 다음, 사람 구경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야외에 자리 잡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쳐다보고 신문 읽고 커피 마시고...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달달구리한 케이크 한 조각을 입 속에 넣으면 어느새 없어진지도 모르게 목 속으로 넘어간 케이크만큼이나 갑자기 요망하게 떠오르는 느낌, "아... 정말 좋다!"
이 느낌만 간직하고 있다 다음날 찾아갔으나 인간 내비게이션이라는 나의 명성과 어긋나게 이 카페를 찾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마치 사진 한 장 남기고 허공으로 사라진 듯한 이 카페! 혹시 내가 찾아갔던 시기가 1900년도는 아니었겠지?......
트리어 여행, 문화여행으로 손색이 없는 곳, 그러나 소소하게 눈에 들어오는 삶의 디테일을 살피기에도 참 괜찮은 곳이다. 뒷골목의 마르크스 생가나, 오래된 카페나, 귀여운 문신샵이나 그리고 쇼윈도 장식까지!
트리어 여행을 마치며~
글, 그림 모두 Arhel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