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을 사랑한다는 것
창업자가 아니고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중에 "우리 회사를 사랑하는 건 제가 세계 최고일거예요" 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의 일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과연 나의 일을 사랑하고 있을까. 이번 모임에서 들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서 글로 정리해보기로 했다.
나에겐 한 달에 한 번 가는 트레바리 모임 말고도 너무나도 좋아하는 모임이 하나 더 있다. 트레바리 모임과 번갈아 가면서 토요일 아침을 채워주는 모임
바로 조니딥!
우연히 인스타에서 발견 후 신청해서 올해 상반기를 함께했고, 매번 모임마다 인사이트를 가득 안고 나왔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이번 기수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트레바리 모임과 비슷하게 책을 읽고, 발제문을 뽑아서 이야기를 나누지만 두 모임의 특성은 많이 다르다. 트레바리 모임은 주로 다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하면서 배워간다면, 조니딥 모임에서는 내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거나 몰랐던 것을 깨닫기도 한다. 호스트인 제명님이 교육과 퍼실리테이션 전문가이기도 하셔서 모임 운영에도 이런 기법들을 종종 사용하신다. 단순히 "이야기 나눠보세요", "의견 있는 분 말씀해주세요" 가 아니라 모두가 이야기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있다. 덕분에 이런 저런 강의 기법을 배우기도 하고, 실제 모임에서도 사람들과 좀더 밀도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직 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모임이라 그런지 이 모임만의 문화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이건 사랑과 열정이 넘치는 제명님 덕분이라고도 생각하는데, 이 모임은 뭔가... 따숩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모두 귀 기울여 들어주고 서로의 고민을 응원해주는 분위기다. 그래서 완전 I형인 분들도 본인 이야기를 잘 꺼내주시고, 다른데서 잘 공유하지 않는 딥한 고민을 공유하게 된다는 분도 계셨다.
이번 모임은 <Good to great>를 읽고 내가 지금 속한 조직과 리더, 그리고 나 개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발제문은 정말 알찼는데 미리 고민하지 않은 나 반성해... )
현재 조직과 리더는 어떤 상태인지
Great으로 만들려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 한 가지는 무엇일지
우리 조직에서 레벨 5 리더십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일지
우리 조직의 '적합한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지
우리 조직에서는 '말하기 어려운 진실'을 잘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조직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과 어려움들이 있지만 지금의 조직을 떠나지 않는 이유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래의 질문으로 나의 고슴도치 개념을 찾아보는 대화도 나누었는데, 바로 이 질문에서 인주님이 '우리 조직을 나만큼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라고 답변해주셨다. 너무 감성에 젖은 표현이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내가 봐온 인주님은 정말로 본인의 일과 조직과 구성원을 사랑하는 분이다.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눈이 빛나고 만들어가는 것 하나하나에 애정이 담겨있다.
1. 내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은?
2.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3. 우리의 경제 엔진을 움직이는 것은?
조직과 구성원에게 진심이어야만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나는, 물론 누구보다도 진심이지만, 지금까지 '조직을 사랑한다'라는 표현은 단 한 번도 써본적이 없다. (애초에 그렇게 생각해본적이 없을지도..) 그런데 의도적으로 조직을 사랑하게 되면 일을 더 잘 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라는 건 정의하기 나름이고, 정 반대 같아 보이는 이 마음과 저 마음도 정말 한끗 차이니까.
집에 오면서 위의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내가 남들보다 더 잘하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은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관찰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 "나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게 질문하고 꺼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본인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은 어렵지만 힘든 일은 아니다. 그리고 나의 도움으로 사람들이 본인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거나, 관점이 바뀌거나 시야가 넒어지는 등의 경험을 하는 것이 너무 좋고 재미있다. 내가 아는 것을 알려주는 것 보다, 스스로 깨닫게 도와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잘 해냈을 때 더 기쁘다. 구성원과의 커피챗 뿐만 아니라 채용 홈페이지에 구성원 인터뷰를 작성하면서도 이런 것들을 느꼈었다.
요즘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면서 버텨내고 있는 시기인데, 앞으로의 한 달은 건강하고 소소한 루틴을 잘 지키면서 버텨야겠다고 다짐한다. 고민이 많고 불안할수록 루틴을 지키면서 불안을 해소시키기로 한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들을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 조직에서 실현시킬 수 있을까 리는 행복한 생각으로 덮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