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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Nov 16. 2020

이방인

20년을 만나고 지켜보고 때론 멀리 있었지만 마음만은 늘 가까웠던 친구가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늘 배우고 새로워 하고 잘 웃고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를 향해 몸을 움직이던 친구는 떠나면서 낯선 말을 했다. “내가 이 나이에 결혼도 안하고 어쩌고 저쩌고 (아마 안정적인 인생을 택하지 않았다는 말들이었던 것 같다.) 여길 가게 될줄이야.” 내가 보기엔 마치 확신을 가지고 자유를 추구하던 사람인줄 알았는데 너한테도 그런 바운더리가 있었구나. 보내는 마음이 흘리던 눈물을 애써 참고, 밤을 거슬러 돌아오며 나는 어떤지 생각했다. 나는 자유를 ‘단지’ 좋아하고 ‘열심히’ 추구하지 않은 대가로, 지금 안정적이지도 않고 여전히 끝없는 방황을 하는데 네가 돌아온다고 말한 3년뒤에도 이 나라의, 서울의 이방인이 되어 있을까봐 두려워졌다. 히피라고 하기엔 보수적이고, 부르주아라고 하기엔 프롤레타리아에 가까워 보보스이길 희망하나 3년 뒤에도 노동력 이외의 수단을 가지지 못하면 어찌하나, 무기력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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