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니 내가 그곳에서 사랑했던 것들은 이런 것이었다. 박물관을 돌아보고 마신 카푸치노의 초코가루, white waters라는 이름의 남아프리카 와인, 샴페인이나 와인병에 초를 끼워 녹아내리는 촛농을 이불처럼 덮고 있는 레스토랑의 인테리어, 쯔쯔가무시병이 좀 염려되긴 했으나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 맑디 맑은 하늘을 보던 시간, 잡찢남(잡지 찢고 나온 듯한 젠틀맨들)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시선들, 파이지 속에 따뜻하게 구워 나오던 치즈와 어니언, 영롱한 바닷속 혹은 우주의 신비를 동그란 두 눈에 담고 있던 아가, 그리 친절하진 않았지만 무척 당당하고 쿨하던 영국인들, 레스토랑 마다 음식이 마음에 드냐고 물어보던 종업원들과 그렇다고 대답하면 “Lovely!”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건네던 말들,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그리고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정말 콜린퍼스가 말하던 억양 그대로 “See you later!” 를 서로에게 외치던 발음. 멋진 곳이었다. 아주 멋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