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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Nov 30. 2020

비교하고 교만하고 가라앉고



둥그런 달이 한참 떠 있는데 날은 춥고 차는 많고
라디오에선 고아로 자란 아내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남편의 사랑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홀로 남은 아내가
그리움을 담아 사연을 보낸 것이었는데
단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당신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아름다운 노래 한 곡 들려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몇 미터 앞에선 끼어들려는 차와 직진하던 차가 부딪혀 가뜩이나 막히던 길이 주차장으로 변했고
사연이 나온 후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남편이 그리워 노랫소리 들려주고 싶다는, 단 한가지 소원만이 남았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나니
살면서 사소한 욕심으로 서로를 해하고 미워하고, 가져도 또 갖고 싶고 조금도 잃기 싫은 나의 반경이 참으로 사막같고 빙판 같아졌다.

괜시리 꾸역꾸역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아 라디오 대신 신해철의 노래를 틀었다.

하루종일 비교하고 교만하다 가라앉는 와중에 내가 굳게 발을 디디고픈 땅은 어디인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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