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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Dec 03. 2020

캄캄하고 암흑 같은 인생길

사피엔스의 마음 이라는 책에서 이혜인 수녀님이 이런 인터뷰를 했어요.
너무 열심히 사는 사람들, 그때는 불에  죽을 것처럼, 그러다가 조금만 감미로운 기운이 떨어지면  견디는 거야. 차라리  기운을  아껴서 꾸준하게 한결 같이 가는 걸음. 그게  중요한 건데... 캄캄하고 암흑 같은 인생길이 오히려 정답입니다.”

일이  풀리지 않아 고민이 많았던 때가 있었어요. 밥이 입에 들어가지 않았고 며칠에 한번 잠을 몰아 자다 가위눌린 것처럼 놀라며 깼어요. 그만 둘까, 하루에도 수십번 생각하고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지 꾸역꾸역 일터로 갔어요.
그전까지  짧은 시간에  집중하여 일을 이뤄내는 사람이었어요. 활활 타오르며 에너지를 태우다 일이 끝나면 고꾸라지곤 했어요. 몸살이  하루종일 누워만 있거나 움직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있던 일들은 제가 노력하면 되는 일이었어요.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라는 감미로운 기운을 얻어내는 일은 고통스러웠지만 중독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습관이 되어버렸던  같아요.
사회에 나오니  노력만으로 안되는 일이 수두룩했고 저는 열심히 살다, 불에  죽을 것처럼 노력하다, 감미로운  기운을 얻지 못해  무력해지고  주저앉는 날들을 마주했습니다.
당연히 이제  시작한 나를 아는 사람도, 찾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외롭고 서글픈 시간 속에 오늘 내일 나를 소진하며 일하는 것이 모레의 성과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매일 이런 마음으로 출근하기 시작했어요. 오늘 뭔가 하나만 해내고 오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블로그  하나를 완성하건, 유인물 하나를 만들어내건, 물건 정리를 하건,  한권을 읽고 오건, 책상 정리를 하고 오건 하루에 하나라도 이루고 오자.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루가 몇달이 되고, 일년이 되고, 2년이 되고  겨울을 만났어요. 성취를 했냐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매일 해내고 돌아오던 날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할 정도는 되었어요. 캄캄하고 암흑 같았는데 여전히 빛이 보이지 않은 터널 속에서 이제는 주저하지 않고 매일 걸을  있는 힘을 만들어   있을  같아요.
신기루에 혹하지 않고 오늘도 내일도 처음 마음처럼 한결 같이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터널 속에서 빛도  것이고, 혹은   터널도  어두운 터널도 만나겠지요. 이것도 인생이고 나는  길을 걷는거니까 괜찮아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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