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라는 말이 있죠. 결과가 좋든, 나쁘든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올해의 시도는 무엇인가요?
운전면허를 딴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겁이 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충분해서, 스트레스 받느니 몸이 좀 힘든게 나을 것 같아서 등등 나름의 이유로 차를 조금 몰아보다 말고를 반복했습니다. 작은 나만의 차가 있는데 불구하고 짐이 무척 많은 날도, 비가 오는 날도, 추워서 꽁꽁 얼 것만 같은 날도 주차장에 얌전히 세워 두고 꽤 오래 걸리는 출퇴근길을 힘겹게 오고 갔어요. 운전하며 지나가는 차들을 부러워 하면서요.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올해 초 출퇴근하는 역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듣고 세번 고민한 끝에 차를 몰고 서울 한복판을 나섰습니다.
제가 오고 가는 길은 서울에서도 차가 많이 몰리고 가장 밀리고 가장 복잡하다는 도로들이었는데, 좋고 비싼 차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운전하는 내내 식은땀이 흐르고 거북목 자세로 한껏 어깨가 솟았습니다. 일터에 도착하면 퇴근길이 벌써부터 걱정되었고, 자려고 누우면 내일 아침은 또 어떻게 가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면서 엔진오일도 갈고, 일주일에 한두번 셀프로 차에 기름도 넣고, 차선을 옮기면 비상등을 켜 감사하다는 표시를 하는 여유도 부릴 수 있게 되었어요.
운전을 하다 보니 향하고 닿을 수 있는 곳의 반경이 두 발로 다니던 길 몇 배 이상으로 훨씬 크고 넓음을 느낍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안전을 위해 차들의 흐름을 잘 살펴서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차들이 달리는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리듬 타듯 살펴 가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차보다 사람이 우선입니다. 운전을 하고 나서는 보행을 할 때도 어떤 길에서 차를 더 주의해야 하는지 알아차립니다.
불청객 코로나가 많은 기회를 빼앗아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제가 바퀴를 굴려 앞선 길을 달리고 시야를 넓히는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부추겼네요. 이제는 코로나 없는 들판에 차 문을 활짝 열고 달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