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삶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 다섯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첫 번째는 ‘새롭게 배우는 일’이에요. 저는 모든 새롭게 배우는 때의 그 신선함과 설렘을 좋아해요. 공부를 시작할 때 처음 열어 재끼는 책의 냄새, 기초 단계에 필요한 노력보다도 열정, 미지의 세계에 대한 신기함과 새로움, 무언가를 배운다는 유능감, 더 나아질 것만 같은 자기 기대감 이런 것들이 좋아요.
두 번째는 ‘책과 서점’이에요. 자기 키와 넓이대로 들쑥날쑥 서 있는 책장의 책들이 시야에 확 들어오는 순간을 사랑해요. 종이 냄새와 글자의 정령들이 책 사이사이를 연기처럼 파고들며 저라는 미물을 감쌀 때 마냥 겸손해지고 엄숙해지는 느낌이에요.
세 번째는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작은 집과 건물들’이에요. 아둥바둥 살던 내가 미물 중에 미물임을 깨닫게 하는 광경이에요. 이 장면을 보고 있자면 인생사 별 것인게 별로 없다는 안심이 듭니다.
네 번째는 ‘산에 오르는 일’이에요. 혼자 한 발, 한 발 오르막길을 걸어나가며 미묘하게 붙었다 떨어지는 가속감은 등산을 좋아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요. 숨이 벅차 가슴에서 올라오는 공기의 거친 흐름을 깊은 호흡으로 잠재울 때, 그 순간은 쾌감이에요.
다섯 번째는 ‘헤프게 웃지 않는 것’을 좋아해요. 섬세하고 예민하지만 투닥거리에 감정을 섞지 않는 사람, 상냥하지만 가볍지 않은 말투, 흐느적거리지 않은 단호한 표정과 헤프게 웃지 않은 모습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