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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Dec 08. 2020

나의 보물

  당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사람은 누구인가요?

  , 그리고 이전 해들과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 모두를 통틀어 제게 가장 많은 영향을  사람을 꼽는다면 저의 아가입니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민아는 어느새 체구가 작은  윗옷을 함께 입을 정도로 컸어요. 민아는 차분하고 말이 많지 않은 아이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말을  하고 싶은 때가 찾아오면 종알종알 째째 같은 목소리로 봇물 터지듯 이야기합니다. 민아는 뭐든  먹어요.  번도 음식을  먹지 않아서 속상하게 만든 적이 없고 꼬약꼬약 젓가락질을 하며 음식도 신중하게 먹습니다. 민아는 그림 그리고 만드는  좋아해요. 장난감과 천과 종이를 테이프로 칭칭 감고, 쓰지 않은 상자와 리본을 가지고 하루 종일 뭔가 만들어냅니다. 그림을 그리느라 매일 A4용지 여러 장에 그림을 그려요. 요즘은 인물 그림을 많이 그리는데 어제는 마루  아리에티의 아리에티를 그렸어요. 가끔 피아노를 뚱땅거리고 심리테스트 책을 읽고 마법천자문, 메이플스토리 책을 즐겨봐요. 구체관절에 빠져 인형 옷을 직접 만들기도 하구요.  밖으로 나가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엄마를 따라 산을 오르기도 하고 계곡에서 물이 졸졸 흐르는  지켜 보기도 합니다. 늦여름엔 어스름한 밤이 찾아올 때쯤 마을의 고양이집을 찾아 산책하기도 하고 한양도성을 따라 걸으며 달빛을 감상하기도 했어요.


제가 어릴  민아와  같은 모습이었다고 저희 부모님이 종종 말씀하십니다. 민아를 보고 살을 부벼대며  냄새를 킁킁 맡을 , 눈에 넣어도  아프다는 말이 마음에 새겨지는  같아요.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들이 많은데 어렸던 저는 지금 우리 부모의 나이가 되고, 민아가 저를 대신해 이렇게 자라 있네요.   우리 엄마아빠는 완전 어른,  나무 같은 느낌이었는데 엄마가  지금 저는 아직도 알을 깨지 못한 연약함으로 하루하루를 해치우듯 살아가고 있어요. 부모가 되어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받은 사랑은 내리 퍼져 어느 말과 글로도 부족한 마음을 서툴게 나마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식에게 욕심부리지 않고 저에게  욕심부리며 살고 싶어요. 배우고 싶은 , 하고 싶은 것들을 옆에서 하나 하나 이뤄가는 모습으로 아이 옆에 있는다면 인생의 재미있는 것들을 같이 해보고, 넘어짐을 같이 극복해보고, 저래도 괜찮고 이래도 살아지는구나 아이가 느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제보다 오늘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저는 민아가 만들어 주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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