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당신 삶의 가장 첫 번째 기억은 언제, 그리고 무엇인가요?
첫번째 기억은 아마 제 동생이 태어난 날 같아요. 3월에 동생이 태어났는데 뭔가 긴박한 순간이 지나고 나서 엄마는 병원의 따뜻한 방에 누워 있었고 이모가 엄마와 동생을 보러 왔어요. 지금 생각하니 퉁퉁 부어 있었던 엄마와 이모가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저는 어른들의 신발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이모의 하이힐을 신고 병원 복도를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걸어다녔어요. 어른들의 구두 소리가 그 때는 그렇게 멋있고 신기할 수가 없었어요. 어른들은 중요한 순간을 함께 나누고 있으니 그간 저한테 쏠렸던 눈은 동생과 엄마에게로 다 향해 있고, 늘 호기심을 갖던 대상은 제 눈 앞에 있고. 아마 전 약간의 자유를 느꼈던 것 같아요. 달그닥 달그닥 똑똑 소리를 내며 뾰족구두 앞으로 다 쏠린 발가락에 힘을 주고 복도를 활보했죠. 어, 이렇게 해도 엄마가 아무 소리 안하네! 하며 세네바퀴를 돌고 있는데 잠시 일을 보고 온 아빠한테 딱 걸렸어요. 힐을 벗고 방안으로 들어가 엄마 옆에 누웠는데 엄마랑 이모가 계속 이야기 하는 동안 실실 웃음이 나는 거에요. 왠지 어른이 된 것만 같고 동생이 태어난 일이 구두 덕분에 더 신나는 일처럼 느껴졌어요.
지금은 하이힐을 매일 마음껏 신어도 괜찮은 나이가 되었는데, 정작 플랫과 운동화만 신발장에 잔뜩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