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나요?
저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은 사람 중 하나에요. 불안한 상황, 해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인 상황, 시간에 늦을까봐 걱정되는 상황 등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은 너무나 많죠. 누구든 떨리고 화가 나고 긴장되는 이런 상황 외에 유난히 제가 힘들어하는 것은 바로 전화에요.
의식주 만큼이나 핸드폰은 사는데 있어 이제 필수적인 지위를 차지하죠. 그런데 저는 이 전화벨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마음의 준비도, 말하고 싶다는 제 바람도 반영되지 않은 ‘아무’ 때에 벨소리가 울리는 것이 부담스럽고 상대방의 표정을 눈 앞에 두지 못한 채 일렬로 마구 귓구멍에 들어 닥치는 단어들이 낯설어요. 예전에는 꼬불탱이 선을 사이에 두고라도 말했지만 지금은 그 선조차 볼 수 없이 허공에 대고 이야기해요. 오래 만나왔던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눈빛이나 손짓, 입꼬리를 상상해보지만 충분하지 않고, 상대방이 나의 말만 듣고 마음은 이해하지 못할까봐 괜시리 또박또박 말하는 와중에 우리의 대화는 더 건조해지는 것 같아요. 분명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소리내어 웃기도 했지만 쨍한 햇볕 아래 푸석해진 머릿결처럼 바스락거리는 느낌으로 통화를 마치게 되죠. 그리고 ‘왜 전화 안 받아’ 이 말이 참 싫어요. 전화를 받고 안 받는 건 내 자유인데. 이 정도면 전화공포증, 벨소리포비아라고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물론 일로 꼭 필요한 통화는 잘 해요. 문자도 카톡도 이메일도 잘 해요. 하지만 쉴 때,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 울리는 벨소리는 무음으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