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100억이 생긴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요?
생각만해도 행복한 질문이네요. 질문을 받자 마자 드는 생각은 ‘아, 좀 쉬고 싶다!’ 였어요. 그런데 쉬기만 하면 좋을까, 이런 부유한 고민을 또 하게 되네요.
물론 집도 사고, 차도 좋은 거 사고, 여행도 가고, 일도 일주일에 매일 말고 좀 줄여서 하고, 하고 싶은 공부도 투자다 생각하며 다 배워보고, 쇼핑백 양 손 가득 백화점도 다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신세진 사람들에게 선물도 많이 하고 싶어요. 그런데 100억이 생겨도 일은 계속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만두기에는 별여 놓은 게 너무 많고 또 저는 일에 대한 욕심이 좀 많은 편 이어서요. 대신 저 큰 돈을 수중에 안고 있다면 일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지금과 다르겠지요. 지금처럼 안절부절 하는 마음은 조금 잔잔해 질 것이고, 악착같이 일을 마주하던 얼굴에서 미소가 조금 더 보일 것 같아요. 직원의 실수에도 괜찮다, 라고 한번 더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구부정한 어깨도 활짝 펴면서 걸어 다닐 수 있겠죠.
행복한 상상을 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돌아와서는 늘 마음에 새기며 일하는 윤여정 배우의 인터뷰를 다시 떠올렸어요. "나는 살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걸고 한거였어요. 요즘도 그런 생각엔 변함이 없어. 배우는 목숨 걸고 안 하면 안 돼. 훌륭한 남편두고 천천히 놀면서 그래 이 역할은 내가 해주지, 그러면 안 된다고. 배우가 편하면 보는 사람은 기분 나쁜 연기가 된다고, 한신 한신 떨림이 없는 연기는 죽어 있는 거라고."
돈이 부족할 때는 그 놈의 돈만 있으면 뭐든게 다 해결될 것 같은데 돈이 한번에 많이 주어지면 역으로 돈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뼈저리게 느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내 마음엔 간절함이 사라질테고, 돈으로 마음을 살 수 없다는 경험도 몇 번 거칠 것이고, 행복하나 불안한 마음을 감추진 못할 것이고, 충분하나 더 가지려고 욕심을 내게 되겠지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갑자기 없는 지금의 제 신세도 그리 나쁘지 만은 않구나, 하는 감사함이 생기네요. 통장과 쌓인 일거리에 정신을 확 차리게 되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