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마무리

인생에서 가장 아쉬웠던 마무리는 무엇인가요?

어떤 사람을 무작정 떠나왔던 일이 생각나네요. 오랫동안 함께였고 따로 있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여러 상황이 바뀌면서 마음도 변화를 겪고 있었어요. 상처를 많이 입고 이야기는 제대로 할 여유가 없었어요. 이야기를 나눴어도 무엇이 바뀌었을까 하는 회의감도 들고요. 마음이 느슨해진 걸까 생각해봤는데 오히려 마음 가득히 좋음의 감정만 자리잡고 있었던 것에서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자라기 시작하더니 애와 증이 세력다툼을 하며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마음은 더 조여졌고 가득찼죠. 미워할수록 좋아하는 마음은 커지고 그래서 더 서운하고 더 슬프고 더 애달프고 굉장히 많이 외로웠어요.
더 이상의 관계 회복은 어렵겠다 싶었을 때 그냥 떠나버렸어요. 아쉬웠다 생각한다면 우리는 여지가 있었던 사이였겠는데 회피라는 것으로 도망치듯 떠나와서 미안함, 죄책감, 애틋함, 애증 등 세월만큼 한없이 많은 감정들이 엉켜 있는 채로 남아 있어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그 때를 생각하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돼요. 그 상황에 다시 놓여진다면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생각하다 사랑은 종이에 물 스며들 듯 갑작스레 다가오다가도 마음 씀을 계속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금새 구멍이 나고 상처를 남기네. 씁쓸한 마무리를 떠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