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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Sep 22. 2017

조금 더 외로운 밤


우리는 또한 3,4년 사이 변하지 않은 듯한 시간을 기억하며, 되짚을 수 있는 변화들을 찾아내었다.

한참을 돌고 돌아서 비슷한 자리에 와있는데 

어쩌면 평행하여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을 앞에 두고 때로는 좁혀가고 때로는 바라보며 

저녁 시간을 함께 하였다.


우리는 가족에 대해 이야기했다.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가족 이야기를 되내일때마다 최대한 허심탄회하려고 한다는 게, 말을 하고 나면 죄책감이 되고 말을 끝내고 나면 허탈감이 파도처럼 다가와 아주 조금도 적응할 수가 없다.  

결혼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배우자의 부재로 인한 불안정함을 두려워하면서도 존재하였을 때의 불안감이 더 크다는 것을 경험해서도, 들어서도 알고 있다. 때가 되어 같은 공간 안에서 지내다 아이를 낳고 서로 다른 시간을 꿈꾸며 지내게 되는 그 일련의 사건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과 함께이고 싶지 않다 생각했다.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했다. 으레 그런 상황 속 한 명으로 살아왔던 것이 바보짓인가 아니면 괜찮을 정도인가, 경계에 대해 분명 나는 혼란을 겪고 있다. 간혹 피해의식이 되어 아닌 것까지 싸잡아 비난을 하고 미움을 건네는 게 아닌가 생각하다가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면 자꾸만 날을 세우게 된다.

인스타와 트위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즐겁고 행복한 상황을 남기려는 의도와 좀 더 많은 좋아요를 얻고 싶은 바람 간에 부등호가 종종 뒤바뀌는 듯, 내 능력 안에서 만족 대신 부러움이 쌓여가는 인스타그램에서 지치고 멀어진다. 재치, 비난, 신남, 두려움, 걱정, 후회, 기대 등이 마치 광화문 한복판 사람들의 머리에 말풍선으로 달리듯 우수수 쏟아져 나오는 트위터에서 난 조금 더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별도 달도 끔뻑거리는 늦은 밤, 종종걸음으로 터널을 지나왔다. 

마주 보고 달려오던 차들이 속도를 내는 만큼 외로워졌고 고독하다 느꼈다. 


왜 나는 이렇게 꿈만 꾸는가,

왜 이렇게 혼자 단단하게 있을 수는 없는가 고민하다가 

내가 많이 좋아하는, 아인슈타인이 했다던 말이 떠올랐다.

"세상에 무한한 것은 두 가지, 우주와 인간의 어리석음인데 

우주가 무한한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카페에서 들었던 루시드폴의 음악이 맴돌아 

돌아온 집에서 한숨 돌린 후, 고독과 외로움과 두려움을 마음 대신 스피커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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