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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Sep 21. 2017

자기연민


납골당을 나오는 길에 하늘을 보았고 문득 저 새가 찍고 싶어 핸드폰을 들었다.


살고 난 뒤, 아마 몇몇에게는, 살아내고 난 뒤 

영혼끼리의 어떤 차이로 간극을 가지게 될지 생각했다.

죽어서도 간극이라는게 있을까 했는데 역시나 물정을 몰라도 너무했다.

가진게 너무 없어 잘 모르겠는데, 

가진 것을 많게 하려고 애써도 지레 포기해버리는 자신이 나도 이해가 안되는데 

가루가 되어 갇혀서도 

우리는 좋은 자리와 덜 좋은 자리의 차이를 두고 

삶의 질 보다 더한 영혼의 질을 달리 체감하고 있었다. 

이것은 노력으로도 안되는 일 같았다.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생각보다 너무 혹독한 사람들과 일이 무섭다.

가진 이는 더 가지려고 악착같이 애를 쓰는데 

나는 더 악착같이 이상을 꿈만 꾸고 있으니 

두려워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가 흙더미에 주저 앉아있다.


독수리가 되어 숲을 장악하거나

이것이 욕심이라면,

공작의 화려함으로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키거나 

이것도 욕심이라면,

바다와 유희하는 갈매기로 간혹 새우깡이라는 호사를 누리고자 했는데,

그냥 사직터널 주위를 어슬렁 거리며 눈총을 받는 비둘기가 되어 있다.  


자기연민의 끝판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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