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iss Oct 24. 2017

자기만의 방


거리도 멀고 생활권이 아니라 갈 때마다 어색한 이 곳에 

커피와 타르트를 맛보러 용기와 시간을 내보았다.

요 며칠, 그러니까 시월 한 달은 이런 끝이 있을까 할 정도로 심하게 주저앉았고

또 그래야 했으므로 다시 무릎을 기역자로 굽혀 허리를 받치고 머리가 하늘을 향하게끔 

들어 올리기도 했던 때였다. 

세팅을 하고 완성이 된 상태, 그제야 마음의 두근거림 속도가 더뎌지는 나로서는

굽혀진 무릎 하나가 다시금 땅으로 향하는 일들을 자초하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었다.

다시 일어서자, 하고 주저앉는 일이 반복되어 

혼자 하는 많은 일에 용기가 필요했다. 


이 곳의 이름이 좋았고, 음악과 커피 파이 모두 나의 오전을 풍요롭게 했다.

가을 햇살을 등으로 받아내는 자리에서 

키라임 파이와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나도 모르게 펼친 책을 두어 장 정도 넘기다 멍하니 음악만 듣고 있기도 했다. 

이 곳에서 생각한다. 

자기만의 방과 경제력, 내가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가지고 있어야 할 것들.

가족 그리고 결혼 생활에서 여성들이 겪는 많은 일 중 하나가

친절하고 다정하고 강단도 있던 사람이 

강자의 위치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돌변하는 것을 종종 겪는 것이고, 

피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느끼는 위협들이 걱정되어 

불안과 불신이 쌓여가면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일 수 있다.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