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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Jan 07. 2018

마음이 아는 말


마음이 따뜻하다면 네 옆에서 빛나 줘. 항상 네 옆에 있어 줄게요. 네 옆에 있어요. 네 마음보다도 빛나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해줄게요.


어디서 가요 한 소절을 들었는지 떡국 한 그릇을 추가하여 7살이 된 아이는 이런 글을 써 놓았다. 아마 2절을 예고해 놓은 것 보니 노래 가사 같은데, 이상한 글자와 이해할 수 없는 세 줄의 글을 마음이 알아차렸다. 물어보지 않고 지적하지 않고 그냥 자의적으로 마침표를 찍고 맞춤법을 따랐더니 위의 글이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지웠다 썼다 하는 화이트보드 위 글자와 그림들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얼마만큼 중요한지 모르지만 나는 사라지기 전 그 아쉬운 순간들을 찍고 보며 간직한다. 어떤 날은 가운데 커다란 사람 하나를 그리고 사방팔방 가지를 쳐가며 마음의 지도라 칭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서로 다른 스타일의 머리와 옷과 가방과 구두를 그린 뒤 여자 친구 한 명에게 어울리는 것들을 조합하기도 한다. 하트를 그리는 날도 있고, 괴물을 그리는 날도 있다. 도깨비를 그리는 날도 있고 자동차를 그리는 날도 있다. 


순간순간 그려내는 선 위에서 아이는 어떤 감정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찾아가기도 할까. 지켜보기도 하고 자리를 피하기도 하면서 감상하면 그 어떤 미술관도 아쉽지 않다. 그림으로 나오는 아이의 마음을 눈으로 보고 있자면 푸른빛이 물 한 방울에 갇혀 스며들듯 번지는 것 같다. 그러면 입으로 맛있는 요리를 먹듯 눈으로는 아름다운 그것을 꼭꼭 담아두며 잠시 황홀해하고, 반추하며 웃음 지을 수 있다.


구멍 난 방충망을 덧대놓은 듯 그간 상처를 받았던 마음이 유독 도드라지는 날에 아이의 마음을 나는 더 필요로 한다. 운명을 저주하며 우울에 우울을, 불안에 불안을 쌓아두고 사는 날 중 간혹 이처럼 위로받는 날을 만나면 더불어 아름다운 아서 프랭크의 말을 기억한다. 


많은 것을 잃겠지만 그만큼 기회가 올 겁니다. 관계들은 더 가까워지고, 삶은 더 가슴 저미도록 깊어지고, 가치는 더 명료해질 거예요. 당신에게는 이제 자신의 일부가 아니게 된 것들을 애도할 자격이 있지만, 슬퍼만 하다가 당신이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느끼는 감각이 흐려져션 안 돼요. 당신은 위험한 기회에 올라탄 겁니다. 운명을 저주하지 말길, 다만 당신 앞에서 열리는 가능성을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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