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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Dec 21. 2018

반짝거리는 아이

무의식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을 오래, 점점 더 다양하게 보이고 있는 아이와 어머니가 찾아왔다.

수없이 많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진료를 보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것같아 목을 다시 가다듬었던 때가 두번 있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날이었다.

살면서 내 체간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불안이 커지면 나는 시험공부하던 책이 우둘두둘 해질 정도로 심하게 줄을 그었고, 오늘 같은 찬바람을 맞으며 갈수있는 길이 앞에만 있듯, 뒤에서 쫒는 누군가가 있듯 그렇게 돌진하며 걸었다.

불안과 걱정이 마스크로 한겹 두겹 가려지면 바위처럼 스텐처럼 무감각해진 얼굴로 중립적인 말만 툭툭 내뱉기 일쑤였다.

아이는 작은 몸 안에 너무나도 큰 세계를 갖고 있는 느낌을 줬다. 작은 머리 안에 정말 많은 뉴런 가지가 반짝반짝 트리 전구 같은 불을 켜는데, 그 불빛을 너무 사소하게 본 상황들이 아이에게 불안을 감추도록 마스크를 씌워왔다. 어머니는, 지금껏 아이를 치료해 왔다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아이는 확 쥐어 치료해야 한다는 등, 어른도 버거운 쎈 약만 잔뜩 먹게 하는 등 했다고 했다. 
.
내가 나아지게 할 수 있을지 나도 확신할 수 없다. 그건 신만이 하는 일이다.

대신 오늘 그것을 본 것 같다. 아이의 가슴이 나처럼 뜨거웠고 작은 몸은 그 눈부신 반짝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신은 못해도 자신이 들었다. 내가 기도하고 노력하는만큼 기다려주셨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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