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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Oct 04. 2020

9월의 밤과 낮


연휴가 정신없이 끝이 났다.

물론 중간에 일을 하고 출근을 했다. 하지만 5일이나 쉬는 건 몸도 마음도 그리 익숙한 일은 아니었다.

일요일 저녁은 늘 이런 기분이듯이 뭔가 편하지 않고 뭔가 찝찝하고 뭔가 짜증이 조금 난다.

마음이 너그럽지 못하고 점점 예민해지고 있다는 신호가 온다.

이런 마음을 달래려면 몸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감정은 한순간에 확 나를 사로잡아 버리지만 짧으면 몇 분, 길어도 하루를 넘지 못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화나는 것도, 슬픈 것도, 소리 지를 만큼 기쁜 것도 다 별 것 아니다.

마음의 뾰족 거림을 털어버리기 위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집 뒤에는 적당한 수고와 땀으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등산 코스가 있다.
일요일 어스름이 지는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지 않고 조용하다.

나뭇잎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횡횡 들린다.

제법 바람은 차고 낙엽도 날리는 게 이제는 9월도 완전히 지났고, 여름 같은 가을 대신 겨울 같은 가을이 왔구나 느끼게 한다.

9월의 밤과 낮은 어느 둘도 우열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고 예뻤다.

낮의 하늘은 반짝이는 태양을 머금어 빛이 날 정도로 눈부셨고

밤의 하늘은 우아한 달을 품어 살랑살랑 마음을 쓸쓸히 흔들었다.

점심시간, 잠깐의 하늘을 보며 고개를 드는 일이 설렜고

저녁시간, 운전을 하며 선명한 어스름을 온전히 앞에 둘 때 센티해졌다.

산을 내려오니 아래 세상은 밤이 되어 깜깜하다.

하늘을 보니 어스름도, 달도 9월의 것이 아니었다.

10월은 또 얼마나 축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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