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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Nov 01. 2020

미련의 영역

여행이 불가능한 시기가 된 이후로

사는 것도 더 녹녹지 않게 되니

책도, TV에도 집중하기 어렵고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한 상태가 계속되었다.

그러다 세계 테마 기행 프로그램을 보고 글 참 재밌게 쓰는 작가의 여행기를 읽으니

아, 저럴 때가 있었지. 다시 타지에서 지내는 꿈을 꿀 수 있을까.

아련한 희망을 가져본다.


여행은 더할 나위 없이 설레는 일인데

어느 순간부터 여행지에서 자꾸 그곳 사람들의 인생 모습을 보게 된다.

출근길 깜빡이는 신호등을 보고 헐레벌떡 뛰는 사람,

굽신굽신 상사에게 인사를 여러 차례 건네는 사람,

퇴근길에 맥주 한잔 기울이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동료들과 회포를 푸는 사람,

무거운 짐을 옮기며 뒷정리를 하는 사람,

진상 손님에 울컥 화를 내는 사람.

신나고 설레고 홀가분하고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여행객으로서의 내 마음이

무겁고 답답한 상태로 조금 열었던 현실의 문을 다시 닫아버린다.


나는 누가 바라는 삶을 사는 것일까.

왜 자꾸 주저하면서 미련의 영역으로 가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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