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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Nov 12. 2020

그리운 시간을 살고 있다


긴장, 압박, 경쟁, 불면, 걱정, 불안, 쓸쓸

서울에서 매일 내가 달고 다니는 단어들이 스페인행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뿔뿔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발렌시아에서는 아침마다 카페에 앉아 커피, 오렌지주스, 크로와상을 먹었다.

오렌지주스가 일품이었는데, 그곳에 있는 내내 기분 좋게 내리쬐던 햇빛을 사람과 함께 받던 오렌지라면 아름답게 영글어가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오렌지만큼이나 사람들 모습도 매력적이었는데

나만 회색 건물 안에서 밝음 하나 못 받고 쭈그려 큰 어른이 된 것 같은 모냥이었다.

나이도 성별도 상관없이 진초록 원피스, 파란색 셔츠, 빨간 플랫, 진분홍 모자

모든 의상과 살색과 건물과 하늘이 찬란하게 빛났다.

낮에도, 저녁에도 노천카페에 앉아 화이트 와인과 맥주를 오일 양념의 문어를 곁들여 먹었고

조용한 공원길을 따라 걸으며 서울에서와 같은 발걸음이 반대편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신기해했다.

문득 여행객 시점에서 이렇게 멋진 곳도 막상 현지 사람들을 보면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라는 말이 나오는 곳일까 봐, 그래서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까 봐 있는 동안 더 좋은 것만 보려고 했다.


그리운 시간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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