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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iss Nov 13. 2020

마지막 요요기 공원의 모습

일로 도쿄에 잠깐 갔다 돌아오는 날, 공항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뉴스도 어느 소식도 잘 못 듣고 있던 며칠 동안 코로나라는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가 세계로 스멀스멀 퍼지고 있었다.

나처럼 피곤을 온몸으로 휘감고 돌아오던 사람들이 무표정으로 들어오는 동안,

공항은 전체적으로 날카롭고 긴장된 분위기를 띠었다.


지금 돌아보면 코로나와 함께 공항 문을 닫고 돌아온 거의 마지막 여행객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요요기공원은 춥고 한가했다.

백화점 지하에서 모찌를 사 먹고, 신주쿠 회전초밥집에서 종류별로 몇 접시를 먹은 뒤,

역 근처 체인 카페에서 겨우 자리를 잡고 따뜻한 레귤러커피로 얼은 몸을 녹였다.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다들 사무실처럼 홀로 앉아 일하고 휴대폰을 보느라 적막한 카페에서 통유리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체스판 말들처럼 전진하고 방향을 바꾸고 지나가는 시간과 경주하듯 사람들은 움직이고 나는 감상자가 되어

잠시 다른 시공간을 살다

하늘을 날고 돌아왔다.


당시 고요하고 외롭던 도쿄에서의 시간을

지금 너무 행복했다고 느낀다.

정직하게 흐르는 시간과 분명하게 보이는 공간 속 사람의 기억은 모두 상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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