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때 처음으로 내 방이 생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친구들과 주고받은 작은 편지지와 다이어리, 예쁜 무늬의 학종이 같은 것들을 참으로 소중히 여겨 책상 서랍 가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공감 가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12년도였나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열심히 홍대 근처를 기웃거리다가 발견한 카페였다. '마켓 밤삼킨별'. 당시에는 그냥 '주택을 개조한 예쁜 카페인데 맛도 좋네'라는 인상이 전부였다. 이후 세네 번 정도 더 친구들과 함께 더 방문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19년도가 되고 도서관에서 에세이를 뒤적이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사진이 많은 예쁜 책이라서 빌렸는데 저자의 이름 밤삼킨별 김효정을 보고 '설마 그 카페 주인인가?'하고 읽다가 알게 되었다.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어 책을 읽던 중간에 카페가 아직 있는지 검색해 보았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책 속에서 작가가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여 카페를 운영했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책의 구성은 공간을 꿈꾸다, 공간을 만나다, 공간을 만들다, 공간에 숨을 불어넣다, 공간에서 타인을 만나다 이렇게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페에서 잠깐이지만 일을 하며 나만의 카페를 운영하는 꿈을 꿔봤지만 그걸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사실 굉장한 에너지와 용기와 돈을 필요로 한다. 또 카페 주인장인 어떤 마음으로 어떤 느낌의 카페를 운영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밤삼킨별이라는 닉네임만큼 저자는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 그랬기에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꾸려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도하고 콘서트도 하고 자신이 수집한 부엉이들이 쉴 곳이 되기도 하는 어우러진 공간.
" 축하와 위로와 사랑과 우정의 고백을 전하는 메시지, 그리고 차마 보내지 못하고 갖고 있던 편지들, 누군가에게 받은 귀한 마음이 적힌 엽서들을 카페 공간 곳곳에 둔다. 훌륭한 아티스트들의 그림과 작품도 공간을 빛내겠지만 진심이 담긴 손글씨도 마찬가지다. (...) 나의 손글씨에도 의미가 있다면 '한없는 행복', '오랜 즐거움'일 것이다. 손글씨에도 향이 있어 공간에 그렇게 가득 차길 바란다." p.199
다시 가 볼 수는 없지만 책을 통해서 추억 여행도 할 수 있었고 나만의 공간을 꾸려 간다는 것에서도 생갈 해 볼 기회가 되어서 그것으로 만족한다. 먼 미래에 내가 '두유식빵'의 어떤 공간을 운영할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