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작가와 하루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인데 임경선 작가가 쓴 하루키에 관한 책이라고 하니 이 책에 대한 호감도가 한층 올라갔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많은 소설 중 내가 읽은 것은 <노르웨이의 숲>, <1Q84>, <태엽 감는 새>, <여자 없는 남자들>, <기사단장 죽이기> 이렇게 다섯 가지뿐이다. 호불호가 많이 나뉘는 작가지만 나는 하루키 소설에서 평범하고 고독하지만 각자 그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나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소설로만 접했을 뿐 그의 삶에 관한 것은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하루 만에 읽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에 관한 글은 일단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며 읽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하루키에 대한 이 책의 저자의 애정이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왠지 모르게 독신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대학생 때 일찍 결혼했다는 사실과 학창 시절부터 영문학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것이 취미라는 것은 놀라웠다.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매일 일정 시간 글을 쓰고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는 모습은 '하루키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재즈바를 7년이나 운영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의 소설 속에서 재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사실 나는 재즈를 잘 알지 못해 그런 문장들은 빠르게 넘겨 읽었지만)
그리고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를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으니 임경선 작가가 하루키에게 영향을 받았거나 둘의 성격이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독자들이 글을 많이 읽어주기를 바라지만 유명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거나, 기준은 좀 다르지만 '공정함'을 중시한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나는 TV도 안 보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 운동도 하고 되도록 바람도 안 피우죠. 이런 건 결국 형식일 뿐이지만 이 형식이야말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p. 201
이 문장이 인상 깊었다. 교수님 중에도 학교 (방학 땐 스타벅스도 자주 가신다고 들었다), 집, 교회로 생활 반경이 단조로운 분이 계셨는데 생활이 단순해야 공부에 집중을 잘할 수 있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글은 엉덩이의 힘에서 나온다는 말이 정말인가 보다. 종종 충동적이거나 즉흥적으로 먹고, 마시고, 떠나던 생활을 한동안 자제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사실 이 책을 통해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살아온 과정은 알 수 있지만 더 깊은 내면을 알기는 부족하다. 26년간 함께 해온 우리 부모님도 잘 모르겠으니 이건 당연한 부분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니 그의 다른 소설들이나 에세이도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 조금 더 덕질을 해보고 싶은 욕망과 함께 말이다. 일본어를 배우려고 계획 중이었는데 이 글을 쓰다가 3년 후에 하루키에게 메일을 보내봐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소망일 뿐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