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 생활을 끝내고 나서

#대학원 생활 1

by 두유식빵

2017년 3월부터 시작되었던 조교 생활이 끝났다. 불어불문과로서 연구실이 따로 없었기에 학과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 처음에는 전화를 걸고 받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학생들이 궁금한 사항을 물어볼 때 나도 같이 몰랐기 때문에 많이 당황했었고, 대답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1년쯤 지나자 조금 요령이 생겼고 버벅거리지 않게 되었다. 수강신청 증원을 받아줄 때는 모든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없어서 매 학기 힘들었는데 이건 끝날 때까지 계속 고통받았다. 한 학기 시간표를 만들 때, 졸업서류를 처리할 때, 교환학생 신청을 받을 때 같은 중요한 시즌 이외에는 한가로운 편이었다.


매 학기 학과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학부생들이 6-7명 정도 있었다. 일주일에 8시간씩 공강 시간을 이용해 일을 하는 학생들이었는데 첫 학기에는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비록 나이 차이는 별로 나지 않지만 '조교님'이라는 호칭이 내 발을 묶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학기가 지날수록 얼굴을 알게 되는 학생들이 많아져 조금은 더 편하게 다가가고 밥도 같이 먹게 되자 더 이상은 외롭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되었다.


수업은 이문동에서 듣지만 조교일을 하러 일주일에 두 번 용인으로 가야 하는 게 조교 생활 중 가장 힘든 일이었다. 이문동에서 자취를 했기에 약 왕복 4시간의 거리는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세 학기를 그렇게 지내다가 결국 너무 힘들어 네 학기 째에 중간지점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왕복 두 시간이 약간 안 되는 거리로 절대적으로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줄어들자 삶이 훨씬 쾌적해졌다.


멀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들도 생겨서 1년만 하고 조교일 그만두겠다고 교수님께도 말씀드렸는데 결국 2년을 채워 일하게 되었다. 1월 24일 마지막 방학 근무를 마치고 학교를 내려오는데 시원섭섭했다. 4학기 만에 논문을 완성하지 못해 간간히 학교에 갈지도 모르지만 공식적으로 내가 학교에 갈 명분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회상해보면 2년이라는 시간이 훅 지나간 것 같지만 앨범을 보니 학부생들과 남긴 추억의 발자국이 길게 이어져있다. 터벅터벅 열심히도 걸어왔다. 나름대로 노력은 많이 했는데 '좋은' 조교였는지는 교수님과 학부생들만이 알 것이다.


등록금보다 약간 적은 돈을 받고 일했고 아주 작은 사무실이었지만 나의 첫 직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전화 걸고 받는 실력이 늘었고, 워드와 엑셀을 좀 더 능숙하게 다루게 되었다. 협조문과 업무상 메일도 쓸 줄 알게 되었고, 내가 했던 일을 다음 사람에게 인수인계하는 법도 배웠다. 대학원 공부할 시간을 뺏는 일이라며 투덜거렸는데 생각하다 보니 얻은 것도 많다. 여러 각도에서 내가 좀 더 성장하고 나은 사람이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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