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건네기 3
책장에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많지만,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반복적으로 꺼내는 책은 정해져 있다. 대부분 사랑 이야기가 담긴 잔잔한 소설이다. 13살에 눈물을 흘리며 읽던 인터넷 소설도 대학생 때 자극적인 내용으로 빠져 살았던 고전 소설도 너무 재밌었다. 하지만 그런 작품은 책장을 펴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쉬고 싶을 땐 너무 두껍지도 행간이 빽빽하지도 않은 책만 읽고 있었다. 그중 『반짝반짝 빛나는』을 특히 좋아한다. 19살의 내가 읽었을 땐 파격적인 소재였지만 담백하고 아름답게 쓰여 여운이 길었던 몇 번이고 읽었던 소설이다.
재택근무로 이탈리아어 번역을 하는 조울증 환자이자 알코올 중독자 쇼코, 동성애자인 내과 의사 무즈키, 무즈키의 애인 곤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쇼코와 무즈키 둘 다 결혼 생각이 없었지만, 선을 보러 나갔다가 마음이 맞아 결혼하게 된다. 살다 보니 쇼코는 무즈키를 이성적으로 좋아하게 되는데 무즈키는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그래도 그에게 쇼코는 소중한 사람이다. 쇼코는 남편의 애인인 곤을 질투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중간중간 작은 사건들이 발생해도 결국 부인과 남편 그리고 남편의 애인 세 사람이 잘 지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소재만 보면 막장 같기도 한데, 역시 문체의 힘일까?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자연스럽다. 보편적이지 않은 삼각관계인데 쇼코의 위치에 나를 대입해서 상상해 봐도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아직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은 없지만 다자 연애, 사랑의 온도가 다른 사람들이 결혼한다는 것에 관해 생각해 본다. 질투가 많다 보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만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소설의 결말이 마음에 드는 걸 보면 ‘역시 이런 사랑 충분히 가능한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형태보다 중요한 건 역시 마음 그 자체다. 쇼코, 무즈키, 곤처럼 요즘은 그냥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