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세계를 풀어내는 일

일을 하며 빛나는 사람들 4

by 두유식빵

웹툰 작가를 만나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웹툰 작가 B입니다.

디자인을 전공하셨는데 어릴 때부터 만화에 관심이 많았나요?
네, 어렸을 때부터 만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초등학생 때 앞집에 살던 언니 집에 많이 놀러 갔는데 그때 포켓몬 만화책이 있었어요. 그전에는 애니메이션으로만 만화를 접하다가 그 이후로부터 만화책에 관한 관심이 커졌어요.

웹툰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꾸준히 만화를 좋아했는데, 제가 대학에 들어갈 때쯤부터 웹툰이 뜨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웹툰으로 옮겼던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만화에 대한 욕심이 있었는데 만화로는 벌어먹기 힘들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월 120만 원 받고 일하는 작가님들이 많았거든요.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요, 디자인과를 나와서 취업한 후에 취미로 만화를 그려보겠다는 지금은 상상도 못 할 굉장한 포부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대학을 졸업할 때쯤에 제가 휴학을 두 번을 했어요. 디자인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회피한 거죠. 디자인 회사는 야근이 많은데 최저 임금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많았고요. 이럴 거면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로 최저 임금을 벌어야겠다 싶어서 웹툰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과제가 있을 때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작업물을 찾아본 적이 잘 없더라고요. 근데 웹툰은 제가 알아서 챙겨보니까 계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작업하시는데 작업 루틴이 어떻게 되시나요?
보통 오후 2시 이후로 일어나는데 바로 일에는 못 들어가고 보통 1시간 정도는 그냥 더 누워 있어요. 멍 때리는 거죠. 그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면은 제가 밤에 작업을 집중하지 못하더라고요. 그 시간이 충전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일어나서 밥을 먹고 정리하다 보면 두세 시간이 금방 가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난 다음부터 커피를 마시면서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갑니다. 그때부터는 작업이 끝날 때까지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요.

머리를 깨우는데 시간도 중요하죠. 그럼 작업이 끝나면 몇 시쯤 되나요?
보통 오후 5시나 6시쯤부터 작업에 들어가는데 새벽 4시쯤 끝나요. 너무 하기 싫을 때가 아니면 평균적으로 하루 10시간은 일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감 날짜를 맞출 수가 없어요.

밤낮이 완전히 바뀐 생활을 하고 계시군요. 아침에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셨나요?
낮에 일하면 집중을 못 해요. 제가 한 번은 아침에 작업을 시작해서 10시간을 앉아 있었는데 그전에는 제가 항상 저녁에 일해서 하늘이 늘 어두운 채로 바뀌지 않았거든요. 근데 아침형으로 한번 바꿔보니 하늘 색깔이 바뀌는 게 보이니까 뭔가 억울하더라고요. ‘이렇게 시간은 가는데 나는 아직도 작업물을 이것밖에 못 했어.’ 원래도 야근하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날이 밝은데 나는 계속 사무실에 잡혀 있다니….' 그날은 유독 직장인들의 마음이 200% 이해되었던 순간이었어요. 그 후로 거의 저녁에 일을 시작하고 있어요. 집중을 위해 집 밖의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자 밤에 작업하는 걸 더 선호하게 된 거죠.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제가 직접 경험했을 때 혹은 제가 어떤 생각이 들었을 때 아이디어를 얻는 것 같아요. 그래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한번 만화로 표현해보고 싶거나 제가 지금 드는 생각을 제 캐릭터 입에서 내뱉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이 설 때 그립니다.

스토리나 캐릭터를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도 궁금합니다.
타당성이요. 이 캐릭터의 행동이 제삼자의 눈으로 봤을 때도 이해가 되고 이입되는지를 제일 먼저 봐요. 그다음에는 그림체가 깔끔해야지 손이 가기 때문에 작화를 좀 신경 쓰고 있어요.

작업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스토리, 연출, 작화 등) 무엇인가요?
원래는 스토리였는데 지금은 작화를 좀 더 신경을 씁니다. 요즘은 콘텐츠가 넘쳐나서 그림체만 보고 클릭하는 경우가 많아요. 작가인 저도 그림체만 보고 클릭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내 작품을 다른 사람이 클릭하게 만들려면 작화를 좀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하는 연재가 끝나면 작화 공부를 더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등장인물에게 교복이 아닌 이상 계속 똑같은 옷만 입힐 수는 없어요. 그래서 의상도 다양하게 그리는데 아이디어를 얻을 땐 주로 쇼핑사이트를 이용합니다. 무신사나 에이블리 같은 곳으로요. 특히 여성복은 에이블리 옷을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단점은 등장인물에게 입힐 옷을 구경하려다가 제가 입고 싶어 져서 사게 된다는 거? 입고 나갈 곳도 없는데 말이죠. 하하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대사가 애매하게 짜일 때가 있어요. 분명히 머릿속에 있는데 느낌만 남아서 그 부분이 막힐 때가 제일 어려워요. 거기서 막힌다고 다 안 풀어내면 내용이 바뀌거든요. 그럼 나중에 캐릭터 표정이나 동작을 바꿔서 다시 그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때가 제일 어려워요.

웹툰을 그릴 때 사용하는 툴이나 장비가 궁금해요.

보통은 액정 태블릿을 많이 써요. 근데 액정 태블릿은 아무래도 등이 굽어진다는 단점이 있어서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수평으로 모니터를 보고 작업할 수 있는 판 태블릿을 이용해요. 툴은 클립 스튜디오라고 페이지를 만들 수 있어서 웹툰 작가나 만화 작가들이 많이 쓰는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해요.

연재하면서 슬럼프가 온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요?
슬럼프가 자주 와요. 아무래도 수익이나 순위로 바로 보이니까요. 제 작품의 인기도나 매출이 제 성과인 거잖아요. 근데 이 성과가 나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성과가 떨어지면 슬럼프가 바로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극복을 위해서는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면서 다른 쪽으로 환기를 돌리려고 해요. 집에서 계속 만화만 보지 않고 산책도 갔다 오고 친구를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지더라고요.

웹툰 연재를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첫 번째가 매출이 잘 나올 때고, 두 번째는 제가 제 머릿속에 있었던 장면이 그대로 나왔을 때요.

그러면 작가님이 생각하는 웹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웹툰은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 독자가 스스로 보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게 장점 같아요. 그리고 한 편이 일주일 단위로 나오기 때문에 만화가 올라오는 날을 기다리고, 다음 주를 기대하게 만드는 게 좀 매력인 것 같습니다.

또, 현실에서 보기 힘든 그림체와 색감, 캐릭터의 외모를 보는 것도 매력 같아요. 현실에서 나오기 힘든 캐릭터들이 항상 많이 나오잖아요. 예를 들어 로맨스물의 여자 주인공이면 내가 눈만 돌려도 잘생긴 남자가 많으니까요. 반대 케이스도 마찬가지겠죠. 그리고 요즘에는 현대물에 게임 창이 뜨는 것 같이 판타지를 접목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만화에서 내가 상상한 게 실행이 된다는 것에서 대리만족이 되는 거죠. 그런 매력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 편을 완성하는 데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리나요?
솔직히 2주입니다. 일주일 안에 해야 하는데 제가 손이 느리기도 하고, 2주는 해야지 대사가 좀 제대로 쓰이더라고요. 제가 그렸지만, 대사가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비축분은 어느 정도 만들어두시나요?
일주일에 평균 6.5일을 일하다 보니 쉬는 날이 일정하지 않아요. 예기치 못하게 아프거나 경조사가 있거나, 또는 스토리가 유독 안 풀려서 작화 작업에 못 들어갔다던가, 한 화를 통째로 새로 그려야 하거나 그럴 땐 작업할 시간이 역부족이더라고요. 그럴 때를 대비해 연재 들어가기 전에 미리 그려놓은 비축분 원고가 있어요. 세이브 원고라고도 부르는데, 저는 보통 4-5화 정도 준비해서 연재를 시작해요. 그러나 2달 만에 없어졌기에 세이브 원고는 많이 준비해 둘수록 좋습니다.


마감 일정이 촉박할 때 사용하는 노하우는 따로 있으신가요?
컷 수를 줄입니다. 대신 좀 여유가 있으면 그다음 주는 컷 수를 더 늘린다든가 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독자분들도 작가를 이해해요. 작가도 사람이니까 컷 수가 짧을 수 있다. 근데 이게 매주 반복되면은 독자분들 입장에서 굉장히 화나기 때문에 적당히 조절하면서 마감하죠.

작업할 때 가장 집중이 잘 되는 환경이나 조건이 있나요?
책상은 무조건 깔끔해야죠. 저는 항상 책상에 딱 모니터, 키보드, 태블릿만 둬요. 그리고 그 옆에 다이소에서 산 작은 서랍을 두고 자잘한 메모지나 비타민 같은 것을 넣어 놓고 깔끔하게 정리해서 안 보이게 해요. 다른 게 보이면 집중을 못 하겠더라고요.


작가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는 자아실현인 것 같아요. 확실히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내서 뭔가를 만들면 좀 뿌듯한 게 있어요. 그래서 신체 한계만 없다면 솔직히 계속하고 싶어요. 늘 쓰고 싶은 스토리가 항상 있거든요.

웹툰 작업을 하면서 가장 성장했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예전에는 못 그리던 자세나 구도를 그릴 수 있을 때요. 제가 어색하게 그렸던 거를 지금은 그냥 힘들이지 않고 쓱쓱 그릴 때 좀 성장을 했다고 느껴요. 그리고 캐릭터가 더 자연스럽게 표현이 될 때 제가 좀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하루에 10시간씩 그림을 그리니까 늘더라고요.

처음 웹툰을 그릴 때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처음보다는 확실히 안정적으로 마감합니다. 처음에는 진짜 안정적이지 못했어요. 제가 대사를 써도 못 보겠고 그 화를 보내고 나서 그다음 주에 다시 보라고 하면 절대 못 봤어요. 그러니까 과거 원고를 못 봤었죠. 그런데 지금은 과거 원고를 볼 수 있어요.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긴 거죠. 그때는 내용을 그리면서도 ‘내가 그리고 있는 게 맞는 건가’, ‘이 내용을 그리는 게 맞는 건가’, ‘이 대사가 맞는 건가’ 하면서 확신이 없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이 캐릭터가 지금은 이 대사와 행동하는 게 맞는다는 확신이 생긴 점이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PD님이랑 소통을 잘하는 노하우 같은 것도 따로 있을까요?

PD님과 취향이 같으면 소통을 많이 하더라고요. 특히 BL 같은 경우에는 PD님과 작가 둘 다 BL을 좋아하기 때문에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서 서로의 취향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온다고 하는데 한 번 얘기하면 4시간씩 만나고 온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렇게까지 담당자님이랑 얘기할 게 없어서 취향이 같아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작가도 PD도 서로 존중하며 대화한다면 어려움 없이 잘 소통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돈을 많이 벌어서 어시스트를 여러 명 고용하여 주 4일만 일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거의 일주일 6.5일을 일하고 있어서 오래 일하려면 제가 쉬는 날을 좀 많이 확보해야 할 것 같아요.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주제가 있을까요?
액션물을 그리고 싶은데 지금 제 실력으로는 액션물이 힘들어서 못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액션물은 특성상 인물이 많이 나오거든요. 지금은 한 컷에 인물 1명 나오는 것도 제가 겨우 그리고 있는데 액션물을 보통 5명 정도 나오고, 이제 패싸움한다 그러면 20명이 나오는데 20명 다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어요. 그래서 못하고 있는데 언젠가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웹툰 그리기를 처음 시작한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제가 감히 조언을 할 입장인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일단 한 편은 완성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냥 컷 하나만 예쁘게 그리는 것보다는 무조건 60컷을 기준으로 한 편을 완성해야지 컷마다 퀄리티를 일정하게 잡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내가 어디서 내용을 끊어야 할지를 알기 때문에 저는 무조건 한 편을 완성해 보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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